따스한 봄햇살과 아직 찬바람
8겨울 동안 매섭게 추운 날씨 속에서 집 안에서만 움츠리고 있다가, 3월 아이들의 개학과 동시에 바깥으로 나왔다. 아직은 싸늘한 찬바람이 얼굴을 스치지만, 마치 겨울잠을 끝내고 깨어나 기지개를 켜듯 따스한 햇살이 마음을 녹여준다.
아침 일찍 일어나 아이들의 아침을 챙기고, 간단히 집안을 정리한 뒤 스트레칭을 했다. 겨울 동안 굳었던 몸을 풀어주기 위해 유튜브 속 선생님을 따라 가볍게 몇 동작만 했을 뿐인데도, 은근하게 땀이 배어 나오고 몸이 가벼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샤워를 마치고 문을 나서니, 유독 따스한 햇살이 반갑게 인사해 온다.
얼마 전까지 눈이 내렸지만, 3월의 햇살은 벌써 따스하다. 곧 화창한 봄날이 올 거라며 미리 안부 전하는 듯한 햇살에 기분마저 설렌다.
'봄은 여자의 계절'이라고 말했던가!
아직 싸늘한 바람에 마스크와 머플러까지 둘러쌌지만, 상쾌한 기분 덕에 발걸음마저 한결 가볍다.
버스정류장 한쪽, 햇살이 내리쬐는 자리에 앉아 마치 광합성하듯 조용히 햇살을 담아본다. 새싹이 돋아나기 위해 땅속의 찬 기운들이 이 햇살에 다 녹아내리듯, 내 마음도 서서히 녹여주었다. 바람에 살랑이는 가로수 잎, 멀리서 들려오는 아이들의 웃음소리. 활기차게 움직이는 모든 것들이 한데 어우러져 봄을 완성해 간다.
햇살 가득한 날, 사진으로 남길 수 없어 아쉽다. 아무리 좋은 카메라도 사람의 눈과 마음속 감각까지 담아내지는 못한다. 그래서일까, 이 순간을 오롯이 느끼며 봄의 기운을 충전해 본다.
사계절을 지닌 우리나라가 얼마나 좋은지 새삼 감사하다. 겨울의 매서운 추위를 견디고 나면, 이렇게 따스한 햇살을 찾아와 사람의 마음을 살며시 어루만진다. 봄이 점점 짧아지고 있지만, 그래도 찾아오는 순간마다 반갑고 소중하다.
곧 꽃피고 꽃향기들이 가득한 봄날을 기대하며, 봄바람에 내 마음을 맡겨본다. 방학 내내 뒹굴던 아이들도 학교에서 조잘조잘 거리며 친구들과 함께하는 시간들을 채우길 바라본다.
봄이 있어 더 특별한 시간. 아직도 싸늘한 기운 속에서 봄 햇살을 따라 내 마음에 작은 기쁨을 준다. 이 계절이 머무는 동안, 찬바람에도 흔들리지 않고 봄의 기운을 마음 깊이 새기고 싶다.
겨울이 지나야 봄이 오듯, 우리 삶도 그런 게 아닐까. 움츠러들었던 시간들이 있었기에, 이렇게 따스한 봄날이 더 반가운 것처럼.
내 인생의 봄날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