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학점제와 대학 무전공제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의 명암

by 이제이

고교학점제 192학점, 고등학교가 대학처럼 바뀐다

2025학년도부터 전면 시행되는 고교학점제는 학생이 반드시 192학점을 이수해야 졸업할 수 있다. 정해진 교과를 모두 듣던 과거와 달리, 학생이 스스로 과목을 선택해 채워야 하는 방식이다. 이는 대학 학점제와 유사하며, 고등학교가 획일적 교육에서 벗어나 맞춤형 진로 설계의 공간으로 전환됨을 의미한다. 하지만 자유는 곧 책임이다. 고1부터 과목 선택이 곧 진로 결정과 연결되기 때문에 학생에게는 더 이른 시기의 선택과 준비가 요구된다.


고교학점제와 진로 설계, 준비기간이 앞당겨진다

고교학점제는 학생이 고등학교 1학년부터 스스로 길을 정하도록 만든다. 인문사회 계열을 희망하는 학생은 심화국어, 사회탐구 과목을 선택해야 하고, 이공계열을 목표로 하는 학생은 고급수학, 과학탐구 과목을 들어야 한다. 선택의 자유가 주어진 만큼 진로 설계와 학습 과정이 동시에 진행된다. 학부모와 교사의 역할은 더 무거워진다. 초반부터 아이와 함께 과목 선택을 고민하고, 장기적인 학습 로드맵을 설계해 주는 것이 필수적이다.



대학 무전공제, 연세대 진리자유학부와 고려대 전공자율선택제

고교학점제가 고등학교를 바꾼다면, 대학에서는 무전공제가 큰 변화를 이끌고 있다. 기존에는 입학과 동시에 전공이 정해졌지만, 앞으로는 1학년 동안 교양과 기초과목 약 30~40학점을 채우고, 2학년 말이나 3학년 진급 시점에 전공을 선택하게 된다. 연세대학교 진리자유학부는 2026학년도부터 신설되어 1~2학년은 탐색, 3학년부터 전공 확정 구조로 운영된다. 고려대학교 전공자율선택제는 2025학년도부터 시행되어 2학기 말 전공 신청을 허용한다. 단일 전공뿐 아니라 복수전공, 융합전공 선택도 가능해져, 대학은 창의융합형 인재 양성을 위한 학사 제도를 본격적으로 운영하게 된다.



고교학점제와 대학 무전공제의 장점과 단점

고교학점제와 무전공제의 장점은 학생의 선택권 확대다. 전공 미스매치로 인한 방황이 줄어들고, 여러 분야를 경험하며 융합적 사고를 키울 수 있다. 하지만 단점도 명확하다. 자기 주도 학습력이 부족한 학생은 오히려 혼란을 겪을 수 있고, 경영학과, 컴퓨터공학과, 간호학과 등 인기 전공 쏠림 현상은 피하기 어렵다. 결국 전공 배정이 또 다른 입시 경쟁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이 과정에서 국어국문학과, 철학과, 기초과학 등 순수 학문은 위축될 위험이 크다.



우리가 준비해야 할 진로 설계와 학습 습관

앞으로 학생은 일찍부터 자기 탐색 능력을 키워야 한다. 독서, 글쓰기, 프로젝트 활동, 동아리 경험은 단순한 비교과 활동이 아니라 전공 선택의 밑거름이다. 대학은 무전공제 학생들에게 진로 상담과 멘토링을 강화해야 하고, 학부모는 자녀의 선택을 존중하되 균형 있는 지원과 조언을 제공해야 한다. 고교학점제와 무전공제의 성패는 결국 학생·학교·가정이 얼마나 긴밀히 협력하는가에 달려 있다.



무전공제의 폐단, 교육 불평등과 기초학문 약화

이상적인 제도도 현실에서는 폐단을 낳는다. 고교학점제는 학교별 교사 수급과 과목 개설 차이로 인해 원하는 과목을 듣지 못하는 학생이 생길 수 있다. 대학 무전공제는 결국 성적 경쟁으로 전공이 배정된다면 ‘좋은 전공’을 두고 또 다른 입시전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인기 전공 쏠림은 피할 수 없고, 기초학문은 점점 설 자리를 잃는다. 또한 가정 배경에 따른 정보 격차로 인해 고교학점제와 무전공제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학생이 늘어난다면 교육 격차는 더욱 심화될 수 있다. 따라서 무전공제와 고교학점제의 폐단을 최소화하기 위한 보완책이 반드시 필요하다.



창의융합형 인재 양성과 사회 변화 전망

고교학점제와 대학 무전공제의 궁극적 목표는 창의융합형 인재 양성이다. 전통적 학문 간 경계는 약해지고, 인공지능, 데이터 사이언스, 콘텐츠 산업 등 신산업에 적합한 융합 전공이 늘어날 것이다. 사회는 학위보다 실질 역량과 경험을 중시하고, 직업 전환도 훨씬 자연스러워질 것이다. 그러나 자기주도 학습 역량 차이에 따른 교육 격차 심화는 사회가 반드시 대비해야 할 문제다.



고교학점제와 무전공제, 언제부터 적용되나

고교학점제는 2025학년도 고1 신입생, 즉 현재 중학교 3학년부터 전면 적용된다. 대학 무전공제는 학교별로 시점이 다르다. 고려대학교 전공자율선택제는 2025학년도 입학생부터, 연세대학교 진리자유학부는 2026학년도 입학생부터 시행된다. 성균관대, 중앙대, 경희대 등도 무전공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어, 현재 중학생과 고등학생 세대는 직접적으로 이 변화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결론: 이상과 현실의 경계에서

고교학점제와 대학 무전공제는 학생에게 자유라는 날개를 달아준다. 그러나 그 날개를 어떻게 쓰느냐는 결국 개인과 사회의 몫이다. 교육은 늘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진동하며 진화해 왔다. 이번 변화가 새로운 불평등을 낳는 제도가 될지, 아니면 미래 사회를 위한 길잡이가 될지는 지금 준비하는 학생과 학부모, 그리고 이를 운영하는 학교와 대학의 선택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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