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은 이사하는 날이었다.
집이 아니라, 삶을 옮기는 날 같았다.
트럭에 실린 건 가구보다도 표정이었다.
십 년 동안 열었던 작은 학원 간판,
“오늘도 지식이 성장합니다”라고 적힌 문구,
그리고 더 이상 들리지 않는 연필 소리.
나는 사교육종사자였다.
정확히 말하면, 자영업자였던 사람이 되었다.
사람들은 말한다.
“요즘 다 힘들지.”
“그래도 경험이잖아.”
“다음엔 더 잘 될 거야.”
하지만 문을 닫는 사람에게
가장 무서운 말은 사실 이런 말들이다.
위로 같지만, 아무것도 해결하지 않는 말.
그날 이후 나는 보험설계사가 되었다.
평생 교사였던 사람이,
이제는 생계를 위해
사람들에게 미래를 설명하는 직업을 갖게 되었다.
교실에서는 아이들의 질문을 받았고,
이제는 어른들의 불안을 받는다.
“암 걸리면 얼마나 나와요?”
“이 나이에 가입해도 의미 있어요?”
“죽으면 가족한테 뭐라도 남나요?”
이상하게도,
나는 더 이상 인생을 가르치지 않는다.
대신 사람들의 인생이 무너질 가능성을 계산한다.
점심시간마다 들르는 빵집이 하나 있다.
작고, 간판도 예쁘고,
사장은 서른 초반의 여성이다.
언제나 혼자 일한다.
반죽, 계산, 포장, 청소까지.
어느 날 내가 물었다.
“혼자 하기 힘들지 않아요?”
그녀는 웃으면서 말했다.
“힘든데요, 그래도 이 시간에
빵 냄새 나는 삶이 좋아요.”
그 말이 이상하게 오래 남았다.
왜냐하면 나는,
빵 냄새 나는 삶을 포기한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아직 꿈을 말하고 있었고,
나는 이미 현실을 계산하고 있었다.
같은 ‘소상공인’인데,
우리는 전혀 다른 시간대에 살고 있었다.
그녀는 가능성의 시간,
나는 생존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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