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편지

by 이제이

겨울의 묵은 잠을 깨우고 땅 밑에서 조용히 밀어 올리는 연둣빛 인사들이 보입니다. 딱딱한 지표면을 뚫고 나오는 그 가느다란 힘이 기특하여 가만히 들여다보는 아침입니다.

새로움이 움트는 모양은 화려하지 않아도 단단합니다. 그 작고 귀한 생명력에 기대어 나의 오늘을 세우고 올 한 해를 정성껏 살아가리라 다짐해 봅니다.



이제 막 논과 밭에 첫 씨앗을 뿌리는 농부의 마음으로 내 삶의 토양을 고릅니다. 정직하게 흘린 땀방울이 배신하지 않음을 믿으며, 이 들판을 끝까지 지켜낼 단단한 의지를 마음의 가래에 꾹꾹 눌러 담습니다.

바람 끝에 실려 온 보드라운 봄 내음이 내 안의 잠든 감각을 두드립니다. 계절이 보내온 다정한 알람 소리에 맞춰 나의 마음속에도 푸른 새싹 하나가 고개를 듭니다.

올해는 이 초록의 기운을 잃지 않고 내내 푸르게 지켜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