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그려낸 무늬, 나이테

by 이제이



태라는 말이 있다.
나이테, 몸태, 자태… 우리는 그 ‘태’를 통해 누군가를, 무언가를 직관적으로 느끼고 해석한다.

도마 위에 올려진 나무 도마를 바라보면, 켜켜이 쌓인 나이테가 하나의 연대기로 다가온다. 그 속엔 나무가 버틴 계절과 바람, 수분과 햇살이 결처럼 새겨져 있다.
말없이도 나무는 자기의 삶을 보여준다. 그 고요한 태가, 때로 말보다 많은 이야기를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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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기억하는 태도, 몸태

사람에게도 태가 있다.
몸의 자세나 걸음걸이, 앉는 법, 심지어 숨 쉬는 방식까지도 태가 된다.

타고난 형태를 넘어, 삶의 습관과 경험이 깃든 몸태는 그 사람의 내면과 시간의 흔적이다.
어떤 사람은 등을 곧게 펴고 걷지만 부드럽고 따뜻하다. 또 어떤 사람은 조심스럽고도 단단한 결로 움직인다. 우리는 그런 태를 본능처럼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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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보다 태도, 자태

자태란 말은 단순한 외형의 아름다움을 넘는다.
그 사람의 ‘태도’가 배어 있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결이다.

같은 옷을 입고, 같은 포즈를 취해도 자태는 다르다.
그 차이는 마음가짐에서 나오고, 살아온 방향에서 드러난다.
결국 자태란, 마음과 몸의 리듬이 맞춰진 ‘존재의 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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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표 사이의 숨결, 음악의 태

음악에도 태가 있다.
같은 악보라도 연주자에 따라 전혀 다르게 들리는 이유는 그 연주자의 태 때문일 것이다.

음과 음 사이의 쉼표, 박자보다 더 중요한 그 사이의 결, 그것이 음악의 태를 만든다.
미술 작품 속 붓의 방향, 문학에서의 문장 호흡까지… 모든 창작의 결과물엔 창작자의 태가 배어난다.

그래서 우리는 음악을 듣고도 사람을 떠올리고, 그림을 보고도 그리는 이의 마음을 느낀다.
태는 말보다 강한 언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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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구경하는 날

어떤 날은 카페에 앉아 사람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하루가 흘러간다.
지나가는 이들의 걸음, 눈빛, 허리를 감싸는 손의 위치, 들고 있는 가방의 모양…

말하지 않아도 그 사람의 ‘태’가 풍긴다.
어떤 이는 바람처럼 스치고, 어떤 이는 나무처럼 서성인다.
어떤 태는 눈길을 끌고, 어떤 태는 마음을 흔든다.
결국 사람도 ‘태’로 자신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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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어가는 태, 깊어지는 존재

태는 시간이 만든 결이다.
익을수록 더 은은하고, 더 단단해진다.
무르익은 자태에는 침묵이 있고, 그 침묵엔 신뢰가 있다.

사람도 태가 익는다.
삶을 오래 살아낸 사람에게선 그만의 향과 리듬이 배어난다.
그 태가 곧 그 사람의 인생이고, 곧 그 사람 자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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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태는 어디쯤인가

문득 나의 태를 묻는다.
나는 어떤 태로 이 시간을 살아내고 있는가.
지금 내 안에 쌓이고 있는 태는 어떤 무늬를 갖고 있을까.
그것은 나를 드러내는 빛일까, 나를 숨기는 그림자일까.

누군가 나를 보며,
“그 사람만의 태가 있더라”라고 말한다면
그건 분명한 존재의 증명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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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는, 곧 나다

‘태’는 존재의 결이다.
보이지 않아도 느껴지고, 설명하지 않아도 전해진다.
그 고유한 태가 쌓이고 익어갈수록, 우리는 더 단단한 자신이 된다.

오늘도 나는 나만의 태를 쌓는다.
누군가 그 태를 통해 나를 알아보길,
또 나 스스로 그 태를 사랑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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