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Yuni May 10. 2020

<삼월의 눈 : 곽소진의 사진들> (2020)

볼프강 보르헤르트의 장편(掌篇), <신의 눈>에서 어머니는 대구의 눈을 가지고 장난치는 아이를 타이른다. "그 눈은 너의 눈하고 똑같이 하느님이 만든 것이야." 아이와 어머니는 이 눈이 실제 주인이 누구인지 언쟁을 벌인다. 어머니의 주장은 명료하다. 그 눈은 물론 "대구의 것이긴 하지"만, 동시에 "진짜는 하느님의 것"이다. 모든 것을 신이 만들었으니, 접시에 올라온 생선의 눈 역시 신의 눈이라고.

곽소진의 사진들을 보면서 그 언쟁을 다시 한 번 떠올렸다. 소설 속 어머니의 주장이 온전히 옳다고 가정할 경우, 카메라의 렌즈 또한 인간의 눈이다. 신이 인간을 만들어오듯 인간은 기계를 제작했으므로. 카메라의 렌즈 또한 인간의 안구를 본 딴 것. 이 기계의 원본이자 제작자는 모두 인간이다. 동일한 맥락을 적용할 경우, 카메라로 만든 이미지들 역시 모두 인간의 것이다. 

이 결론은 기이한 저항감을 불러일으킨다. 과연 사진들은 모두 인간의 것인가? 우리의 가시거리를 능가하는 기계들이 매일 등장하는 오늘날, 인간의 시점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변형된 이미지들을 보면서도, 우리는 그 모두를 "우리의 것"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



곽소진 작가의 프로젝트, <<10y12m>> 3월의 사진들에 글쓰기로 참여했습니다. <삼월의 눈> 전문은 https://10y12m.com/ 3월의 텍스트에서 사진 및 음악과 함께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태풍>(2019)를 보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