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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unJoo Lee Mar 31. 2019

어색하게 서성거리는

뭘 보다가 이런 생각을 했는지... 이젠 정말 늙었는지 생각이 나지 않는다

왜 있잖아 우리 여러 사람 모여서 뭘 하는데 그 와중에 뻘쭘할때, 나의 손과 발과 눈길이 어디로 향할지 잘 모르겠을 때... 되게 싫었던 거 같은데 그런 순간이, 그런 상황이

그런데 내가 요즘 언제 이런 공백의 순간이 있었는지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전혀 생각나지 않았다.... 어린 아이가 있다보니 절대로 빈 시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항상 정신없이 바쁘고 아이를 챙기기 바쁠 뿐이다 애가 대충 밥될 정도로 먹었는지 혹시 컨디션이 나쁘지 않는지 오늘 낮잠을 건너 뛰어서 밤잠 시간은 조금 땡겨야 하는 게 아닌지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일정을 짜야 할지... 그 외에 수십가지 항목 체크.


내가 결혼과 가족을 가지는 일에 대해 항상 부정작으로 생각했던 것은, 단지 나의 자신감 부족 때문만은 아니었다 나는 체력과 에너지가 달리는 사람이고 마음 속에 공간이 너무 협소하여 많은 일을 담고 살지 못하기에 그냥 한가지 라도 잘하자 이런 마음 이었다

소소하긴 하여도 나는 항상 열심히 작업하였다 그냥 작업에만 집중한 덕분에


어느덧 아이는 세돌을 향해 가고 있다 많이 컸지만 그래도 알만한 엄마들은 다 알겠지만 여전히 아직 아기일 뿐이다 하지만 완전히 모든 것을 나에게 의지하던 시기와 비교하면, 나도 조금씩 먼가를 시작할 수 있는 여유가 있을 시기가 충분히 지나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아직도 어색하게 서성이는 타이밍을 찾지 못했다...


내내 혼자인 것, 아무도 말하지 않는 시간, 자기 전의 고민, 아침에 고요함, 어색하게 놓여지는 팔다리, 알수없는 사람들, 눈길을 잡으려는 노력, 내일이 없는 삶... 미쳐 다 쓸 수 없는 개 같은 시간들

당신이 그리운 이유, 너의 부재, 나의 존재함 따위에 나는 생각할 여유가 없다 그래서 그런지 무엇이라도 그려보려 하지만 아무것도 소용이 없다


나는 이렇게 길 위의 한 아줌마처럼 정신없이 아이을 챙기고 집을 가꾸고 남편을 신경쓰면서 살고 있다 전혀 공백없이, 아무런 틈없이 너무나 빡빡하게 열심히 살고 있지만 나에게는 참으로... 본질이 아닐 뿐이다...


이런 말들은 글이 되면 힘을 잃어버린다

의미가 사라지고 고통도 날아가 버린다

나는 무엇으로 죽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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