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내편
엄마는 항상 내편이었다.
내가 회사에서 힘들 때, 친구들과 문제가 있을 때 엄마한테 얘기하면 엄마는 항상 내편이었다.
내가 내 성격이 이상해서 내가 잘못해서 문제가 일어난 것 같다 하면
엄마는 언제나 나에게
" 너같이 착한 애가 어디 있느냐. 네가 잘못한 게 아니야. 우리 딸이 얼마나 착한데" 라며 내편을 들어주곤 했다.
잘잘못을 따지기에 앞서 이 세상에서 무조건 내편을 들어줄 사람이 누가 있을까?
내가 엄마에게 그런 사람이었을까 하고 되돌아보니 나는 백 프로 항상 엄마 편이 아니었다.
그래서 미안했다.
오래전에 일본에서 보석 공부를 하던 사촌 오빠가 엄마한테 진주 알을 선물하였다. 꽤 값이 나가는 진주를 선물 받은 엄마는 놀러 오신 친구분한테 자랑을 하였고 그것이 화근이었다. 그 날 친구분과 낮잠을 같이 주무시고 일어나니, 친구분은 이미 떠나셨고 진주 알도 사라져 버렸다. 그 이후에 엄마가 친구분과 연락을 하려 해도 친구분은 연락이 도통 되지 않으셨다고 한다. 엄마는 그 친구분이 가져간 것이 확실하다고 확신하셨으나 물증은 없고 심증만으로 사람을 잡을 수 없으니 두고두고 그 이야기를 하시었다.
생각해보며 얼마나 분하고 속상하셨을까.
그런 엄마에게 난 엄마가 어디 다른데 둔 건 아니냐, 설마 친구분이 그러셨겠냐 잘 찾아봐라
증거가 없는데 어떡하느냐 그만 잊어라 이렇게 말하며 엄마 속을 더 긁었던 것 같다
오빠가 결혼하고 나선 마누라편만 든다고 속상해할 때,
난 엄마에게 오빠 이제 엄마 아들 아니고 넘의 남편이라 생각하고 너무 서운해 말라고까지 했다.
난 한 번도 제대로 엄마 편이 였던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서른이 넘은 나에게 언제나 내가 최고라고 말해주던 엄마에게
머리가 컸다고 배웠다고 엄마의 감정은 무시한 채, 난 어쩜 그렇게 싹퉁머리 없이 대했는지......
"엄마 말이 맞아 " 그 말 한마디가 뭐가 그리 어렵다고 못했는지......
엄마가 절실히 엄마 편이 필요할 때, 내가 그 자리에 없었다는 것이 얼마나 나 자신에게 화가나 는지 모른다.
아마 난 평생 이것을 후회하며 해주지 못한 이 말을 되새기며 살 것이다.
엄마 말이 맞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