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잊혀짐
엄마가 하늘 나라로 돌아 가신 후,
엄마에 대한 기억은 너무나도 생생했다
눈을 감으면
엄마한테 뽀뽀할 때 느껴지던 보드라운 엄마의 뺨
30이 넘은 나를 아가라고 부르던 목소리
내가 놀리면 어쩔 줄 몰라하며 수줍게 웃던 그 모습
그 모든 것이 너무 생생히 떠올라
오히려 숨을 쉬기 힘들어지고 내 가슴에 누가 돌을 얹어 놓은 것 같아 고통스러웠다
그래서 엄마를 기억하기를 피하였다.
어떤 날은 하루 종일 텔레비전만 보기도 하고 밴쿠버에 돌아와서는 일에만 매진하기도 했다
아무 생각도 하고 싶지 않았기에
엄마의 관에 한 명 씩 차례대로 흙을 뿌리며 덮었듯이
나는 엄마와의 추억 기억들을 내 머릿속에서 천천히 덮어버리고 있었다
1년이란 시간이 지났다
이제는 엄마의 얼굴도 잘 떠오르지도 않고
엄마의 목소리도 점점 희미한 기억이 되어버렸다
마치 내 손가락 사이에 빠져나가는 모래처럼
잡을 수 없는 바람처럼
엄마에 대한 기억들이 내 머릿속에서 끄집어 낼 수 없는 깊은 블랙홀으로 점점 빠져버리는 것 같아 서글퍼진다
나중에 교회에서 주관하는 grief share program을 참가하면서 알게 되었다
사람이 어떠한 정신적 충격을 당하였을 때
자신의 방어 본능으로 그 기억을 지우거나 생각하지 않으려 하며 감정적으로 반응하려 하지 않으려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나는 장례식장에서 너무나도 차분하였으며 지인들은 나에게 잘 견디고 있다고 하였다
누군가 나에게 잘 지내느냐 하면 난 괜찮다고 잘 지낸다고 응답하기도 했다
아니었다 난 절대 괜찮지 않았다
괜찮은 척 강한 척을 하고 있었다. 엄마에 대한 이야기를 끄집어 낼 용기가 없었고 엄마에 대한 생각 자체만으로 너무나 고통스러웠기 때문이다
누군가 나와 같이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경험을 했다면, 하게 된다면,
마음껏 울고 슬퍼하라고
눈물이 멈추지 않을까 봐 두려워 울기를 두려워 말라고
가슴에 쌓인 원망과 울분을 쏟아내
고통에 맞서 사랑했던 사람과의 추억 되새기고 또 새기어
그리울 때 언제든지 그 추억을 꺼낼 수 있게
용기를 가지라고 말하고 싶다
한번 희미해진 기억은 다시 되돌릴 수 없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