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하나 일할 곳 없겠어?
나는 40대 여자다.
그리고 결혼과 동시에 경력이 단절된 주부이다.
외벌이로도 그럭저럭 생활은 유지가 되고 있다. 물론 노후를 위한 저축을 넉넉히 할 정도로 여유 있는 생활은 아니고 말 그대로 그럭저럭 아이 한 명을 키우면서 수영을 배우러 다닐 정도.
아이는 이제 7살 유치원에 가장 큰 형님반이 되었다. 그렇다는 것은 내년이면 어엿한 초등학생이 된다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이 말은 4시에 하원하던 아이가 1시에 하교하게 된다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말이다. 일하던 워킹맘도 주저앉힌다는 초등학교 입학을 딱 1년 앞두고 있다.
연고도 없는 지역에서 친정과 시댁 모두 육아에 도움을 주실 수 없는 형편이라 일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 그렇게 아이를 7세까지 소위 독박육아를 하며 키워냈다. 아이는 점점 크면서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지고, 소아과에 급하게 갈 일도 뜸해졌다. 따라서 아이가 유치원에 등원해서 하원하는 시간까지 마음 졸이지 않고 내 생활을 영위할 수 있게 된 것이 작년쯤. 나는 더욱 수영에 매진했고, 개인 공부에 시간을 들여 올해 1월에는 한자 1급도 취득했다. 매일 30분이라도 영어 공부를 꾸준히 하며 하루를 알차게 쓰려고 아등바등 살았다. 아직 쌀쌀하지만 코끝을 간질이는 봄바람이 휙 불었던 어느 날, 열심히 사는 척했지만 사실은 뭔가 아쉬운 나의 삶을 돌아봤다. 그리고 그 아쉬움이 무엇인지 깊은 내면에 물어보았다. 사실은 알고 있었다.
내 손으로 돈을 벌어본 것이 언제였지?
이제 아이도 7살이 되어 손이 덜 가고, 내년에는 꼼짝없이 아이에게 다시 집중해야 할 텐데... 일을 하려면 지금이 아닐까? 그런데 일을 한다고 해도 나를 써줄까? 나는 소위 40대 전업주부 경단녀인데 말이다. 40대면 아직 젊고 나는 사지육신 멀쩡하며 한 직장에서 10년간 근속하며 일 잘한다는 소리가 특별하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들어본 사람인데, 왜 이런 고민을 할까? 아무리 개인 공부며 취미생활, 아이 케어에 힘쓰며 내 할 일을 해내도 자존감은 저 바닥에 내쳐져 있었다. 그러면 일을 하는 사람들은 모두 자존감이 하늘을 찌르나? 그렇지 않다는 것도 안다. 다만 지금 나의 떨어진 자존감은 경제적인 생활을 하는 것 말고는 채울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강력하게 들었다. 그렇게 당근앱을 열어 알바 카테고리를 클릭했다.
내가 가용할 수 있는 시간은 아침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총 5시간이다. 내가 원하는 시간에 딱 알맞게 사람을 구하는 곳은 없었다. 대학생 때 줄곧 해봐서 그래도 경력이 있는 카페 아르바이트는 대게 아침 8시부터 출근하는 오픈조를 구하거나, 저녁 10시에 퇴근하는 마감조를 구인했다. 혹시나 하며 사무직 쪽도 기웃거려 봤지만, 9 to 6가 기본이었다. 아이 등하원 도우미로 한두 시간 구하는 아르바이트도 보였지만 시간이 너무 짧아 돈을 쥐는 맛이 안 나고, 무엇보다 다른 아이를 케어하는 건 상상도 안 된다. 아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라고 아이를 모두 좋아하는 것도, 능숙하게 케어하는 것도 아니다. 그러다 보니 결국 남은 아르바이트는 점심시간에 일손이 부족한 음식점뿐이었다. 그것도 정말 바쁜 시간대인 11시부터 1시까지 꼴랑 2시간만 구인하는 경우가 많았다. 시급은 최저시급 10,320원. 사실 20년 전 아르바이트를 했던 시절을 생각해 보면 시급이 꽤나 쏠쏠해졌지만, 하루에 20,640원은 너무 짜친다.
스크롤을 아무리 내려봐도 성에 차지 않았다. 오랜만에 지역 맘카페에 들어가 '주부 아르바이트'라는 키워드로 검색을 해봤더니 대부분 나와 비슷한 40대와 50대가 이런 고민을 하고 있었다. 식당 아르바이트도 나이 때문인지 연락이 안 오더라 하는 푸념글과 댓글이 보였다. 덜컥 겁이 났다. 그렇게 휴대폰을 접어 닫고 한숨을 푹 쉬며 하루를 마쳤다.
다음 날,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아이와 정신없는 아침을 맞이했다. 층마다 계속 서는 엘리베이터를 초조하게 기다려 타고, 가까스로 늦지 않게 아이를 등원 버스에 태웠다. 평소에 잘 쓰지 않는 얼굴 근육을 써서 최대한 웃어 보이며 배웅했다. 그리고 어제 미뤄두었던 일을 해치워야겠다고 다짐했다.
나는 다시 당근 앱을 열어 알바 카테고리를 탐색했다. 어떤 일이든 나의 가용 시간에 맞춰 일할 수 있는 곳이라면 지원하기 버튼을 눌러야지 생각하며 눈을 빠르게 굴렸다.
그러다 한 곳을 발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