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의 꽃은 겨울

겨울이 싫었던 내가 겨울을 좋아하게 된 이유

by 박윤정


늘 고민한다. 늘 가기 싫다.

뭘 고민하고, 어디를 가기 싫다는 말인가?

바로 수영장이다.

나는 수영을 참 좋아하는데 수영장을 가기 전에 거의 매번 고민한다.

오늘은 가지 말까? 수영장을 가지 않음으로써 생기는 자유시간은 대략 2시간 30분이다.

이 자유시간 동안에 할 수 있는 건 부족한 잠을 채울 수도 있고, 유튜브나 넷플릭스를 보며 아무 생각 없이 시간을 흥청망청 쓸 수 있다. 내 머릿속에서 수영장을 가라고 하는 걸 천사라고 하고, 가지 말고 쉬라고 하는 걸 악마라고 치자. 그 둘은 매번 싸우지만 승자는 매번 똑같다.

당연히 천사가 이긴다.


수영을 시작하고 1년 차까지는 가끔 악마가 이기기도 했다. 그런데 악마가 이긴 날, 그러니까 수영 강습을 빠진 날 나는 늘 후회했다. 침대에 누워 휴대폰으로 SNS를 유영하다가 허리와 목이 아파 일어나 시계를 봤다. 수영장을 갔다면 강습도 받고 깨끗이 샤워 후 집으로 돌아왔을 시간이다. SNS를 유영해서 얻은 것은 뭘까 생각해 보면 유의미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 시간에 수영장을 유영했다면 건강한 몸과 마음과 정신까지 얻었을 것이다. 그 뒤로 수영장이 가기 싫을 때면 이때의 감정을 상기해 본다. 수영장을 안 가고 다른 걸 했다면 분명 수영장에 다녀왔을 시간이 되었을 때 엄청난 후회를 하고 스스로를 원망할 것이다. 그걸 아는 나는 늘 천사의 편을 들게 된다.


따뜻한 전기장판이 깔린 침대가 유혹하는 겨울은 어떨까? 칼바람이 불고 간혹 폭설도 내리는 겨울은 수영장 회원이 3분의 2로 줄어드는 마법을 부리는 계절이다. 그런데 나는 이 겨울 수영이 참 좋다. 물론 이때도 천사와 악마가 티격태격한다. 하지만 수영을 마치고 수영 가방을 어깨에 턱 매고 센터 문을 힘차게 열고 나가면 차디찬 겨울바람이 온몸을 강타한다. 이때 극강의 상쾌함을 맛보게 되는데, 다시 센터에 들어갔다가 나오고 싶을 정도로 강렬하다.


수영을 하면서 데워진 몸은 샤워 후에도 쉽사리 식지 않는다. 그래서 바깥이 아무리 영하의 날씨여도 춥지 않고, 오히려 시원하고 상쾌하게 느껴진다. 이 맛을 한 번 느끼면 너무 중독적이라 빠져나오기 힘들다. 그리고 겨울 수영을 기다리는 지경에 까지 이르게 된다.

그리고 폭설이 내리는 날에도 수영장을 간다는 자부심과 뿌듯함도 한몫한다. 뉴스에서 한파주의보 예보가 들린 날에는 수영장 가는 게 더 즐겁다. 오늘은 회원 몇 분이나 나오실까? 날씨 이슈가 있는 날은 예상대로 샤워실과 수영장이 한산해진다. 늘 북적북적하고 정신없는 샤워실과 수영장에서 여유를 느낄 수 있는 계절, 바로 겨울.


겨울이 싫었던 내가 겨울이 좋아진 이유,

바로 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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