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고록

by 윤김

매일 술로 위를 달래고 싶지만

가끔 제정신일 때 시를 쓴다


술잔에 새어 나오는 진심 한 잔 채운다

서운함으로 배설되는 쓴소리

무관심은 애정으로 덧입히고

나는 누구일까 되묻는다


올라가고 싶은 시간은 생각의 언저리에서

끊임없이 쳇바퀴 돌고 있다

그때가 좋았다며 오늘에서 웃음을 지어본다

나는 누구일까 되묻는다


술잔에 물음표 한 잔 채운다

세상이 물음표라고 그렇기에 어지러운 거라고

인내심을 가진 발걸음은 물음표


나를 좋아하냐는 진상 규명은

수화기 너머 속 기계음만이

알고 있을 뿐


안다는 것에 확신을 가진다

무엇을 모르는지 모르기에

나는 누구일까 되묻는다



다들 자신에 대한 정체성을 올바르게 정의 내리고 살고 계신가요? 저는 아직도 제 자신에 대해 잘 모르겠습니다. 누군가는 말합니다. 죽기 전까지 알 수 없는 게 자신이라고. 그래도 정체성에 대한 의문의 꼬리표를 떨쳐 낼 수 없는 노릇입니다.


어릴 적 이런 궁금증들은 단순한 호기심에 그칩니다. 간단하게 본인의 존재 유무의 확인입니다. 가령 예를 들어보면, 아이들은 자신이 어떻게 태어났는지 궁금해합니다. 조금씩 말을 하기 시작하고 생각이 논리정연해지면 엄마나 아빠에게 "아기는 어떻게 생기는 거야?" 하며 질문을 합니다. 아이들은 본인이 느끼는 모든 감각들을 신기해하며 궁금해하며 그것이 심화된다면 '나는 어떻게 이런 것들을 느끼는 거지?' 하며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고 유추하기 시작합니다. 나는 어디서부터 왔고 어떻게 태어났는가? 가장 근원적인 이 질문이 시작인 것 같습니다. 아기가 어떻게 생기는 지를 알게 된다면 자신이란 존재가 어떻게 생격났는가를 어렴풋하게나마 확인하게 되는 과정이죠. 그러나, 아이들은 여기서 그칩니다. 생각들이 구체적으로 언어화되지도 않거니와 복잡한 생각의 연결고리를 이어갈 능력이 없기 때문입니다.


반면 성인들은 다릅니다. 이제는 능력의 발달이 거의 도착점을 향해있고 퇴보하지 않는 이상 능력을 유지하며 시간을 보냅니다. 생각의 심화가 가능하며 연결고리를 이으며 사고할 수 있으며 배운 지식 안에서 응용, 활용 등이 가능합니다. 즉,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확인이 더욱 복잡한 과정을 거치게 되고 어렵게 느껴집니다. 사회적 역할과 시선들을 느끼게 되며 본인에 대한 정체성을 억지로 만들거나 정체성 확립이 다급하게 느껴지기게 됩니다. 저 또한 지금 이 과정들을 느끼고 있습니다.


하루에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이 '나는 누구일까?'입니다. 정말로 내가 원하고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 내가 느끼는 이 감정들이 진실된 것일까?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 걸까? 이 수많은 질문들이 모여져 저를 괴롭힙니다. 돈을 벌기도 하며, 공부도 하며, 친구들을 만나 시간도 보내지만 모든 게 피상적으로 느껴질 뿐 본질은 비어있다 생각이 됩니다. 이 생각들은 술을 마실 때 훨씬 더 심각해집니다. 술을 한 잔 두 잔 마시다 보면 조금씩 사고가 둔해지고 갑자기 애정이 샘솟으며 숨바꼭질 하던 인간관계를 찾고 확인하며 잡으려 합니다. 그리고는 결국 하나가 남습니다.


'공허'

회의감이 밀려오며 가슴이 텅 빈 것처럼 느껴집니다. 제가 제 자신을 비난합니다.


'거짓말쟁이'


자신이 누구인지도 잘 모르기에 그저 거짓말로 하루를 살아가는 겁니다. 남들과 비슷하게 어엿한 사회인으로서, 집 안의 좋은 자식으로서.


'나는 없는데'


나는 누구일까요?

술잔에 비친 내 모습이 낯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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