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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김 Jun 08. 2016

당신은 왜

물을 수 없는 당신에게


당신은 왜

내 마음과 같지 않나요

슬퍼서 흘리는 눈물이 아닌

당신이 보고 싶어

지금 흐르는 이 눈물을

이해할 수 있나요


당신은 왜

나를 보지 않나요

공허한 그 눈빛으로

무엇을 보고 있나요


나인 가요

내가 아닌가요

당신 눈을 통해 초라한 나를 봐요


당신은 왜

당신은 왜


나를 사랑할 수 없나요


 L양을 바라보고 있으면 무슨 생각을 하는지 가늠할 수 없었다. 나와 눈이 마주칠 때면 나를 바라보는 것인지 나 너머의 무엇을 바라보는지 헷갈렸다. 가끔씩 물어봤다.

나 보고 있는 거 맞아?
... 응

 L양의 대답은 한결같이 어떤 간격이 있었다. 질문에 바로 대답한 적이 없었다. 머릿속에 누군가의 잔상을 서둘러 지우고 나서야 대답하는 것 같았다.  가끔씩 L양의 눈에 비친 나 자신을 볼 때가 있었다. 두꺼운 눈꺼풀과 숱이 많은 속눈썹 안으로 자리 잡은 눈동자 속에 자신이 비칠 때면 그렇게 초라할 수가 없었다. 아무것도 할 수 없으며 그저 바라보는 거밖에 못하는 자신이 안쓰럽게 느껴졌다.


 애초에 건강한 관계가 될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L양이 내게 오던 날, 그 사람을 품은 가슴으로 내게 기댄 날, 나는 그저 옆에 있어주는 거밖에 할 수 없을 거라 예상했다. 언제나 슬픈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하지만 그 누구를 탓할 수가 없었다. 이렇게 내 옆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L양에게 말했었다. 당시, L양은 양볼이 움푹 파이었고 도톰한 입술은 가뭄진 땅처럼 메말라 있었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잊을 수 없겠지. 죽을 만큼 그리워해. 그냥 너 괜찮아질 때까지 옆에 있게 해줘.

 사실 그때의 말은 전부 다 거짓말이었다. 빨리 잊기를 바랐고 조금만 그리워했으면 했다. 네가 괜찮아지면 나를 바라봐주기를 바랐다. 그러나, 그것은 L양에게 부담이었기에 진심을 덜어낸 채 거짓말을 했다.

 L양은 가만히 내 말을 듣더니 눈물 한 방울을 흘렸다. 슬픔은 이내 걷잡을 수 없이 커져 떨리는 손으로 두 눈을 가린 채 펑펑 울었다. 꽉 다문 입술 사이로 울음소리가 희미하게 새어나왔다. 나는 말없이 바라보기만 했다.


 처음부터 나를 죽이는 관계라 생각했다. 서로가 바라보는 방향은 너무도 달랐기에. 나는 너였지만 너는 그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 사람은 네가 아니었다. 우리들은 이미 방향감각을 잃어버렸고 달콤한 사탕에 눈먼 꼬마 아이였다. 영원히 녹지 않을 사탕인 것처럼.


이별을 먼저 알고 사랑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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