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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김 Jun 15. 2016

해바라기

엄마라는 이름으로


뜨거운 태양과 마주할 수 있는

용기를 가졌으면서도

씨앗을 품었기에

당신은 고개를 숙입니다


노오랗게

태양을 머금었으면서도

당신은

더더욱 겸손해집니다


언젠가

당신으로 다시 태어날

당신을 위해

고개를 숙입니다


엄마는 나의 해바라기입니다.
굵은 줄기와 노오란 꽃잎을 가진 해바라기.
태양을 사랑한 해바라기.

어릴 적, 내가 배운 해바라기는

단순하게도 '해를 향해 피는 꽃'이다


아직도 그 생각에 변함이 없다.

나는 해바라기를 바라보고 있으면

언제나 해를 향해 꽃이 피어있길 바란다.


어린 시절의 환상을 지켜줬으면 한다.

태양을 향해 피는 꽃

정열적이고 눈부시다.

그러나,

해바라기가 태양을 향해 피어있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자신의 정체성이 해바라기이면서

그리 오래도록 해를 바라지는 않는다.


아니다.

애써 해를 외면하는 거 같다.


태양을 바라볼 수 있는 굵은 줄기와

노오란 꽃잎

그리고 태양을 좋아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해바라기는 태양을 외면한다.


씨앗을 품었기에.

자기 안에 가득 자라나는 씨앗을 위해

해바라기는 고개를 숙인다,


당신으로 다시 태어날

당신을 위해

신은 고개를 숙인다.


나는 해바라기를 보고 있으면

엄마 생각이 난다.

서글퍼진다.


우리 엄마는 엄마가 아니었다.

누군가의 엄마로 불려지지도 않았고

어엿한 이름으로 불리는 한 여자였다.


길가의 핀 해바라기를 좋아하는

한 소녀였다.

자기보다 더 높게 자란

해바라기를 바라보면서

신기해했을지도 모른다.


그런 소녀가

엄마가 됐다.


태양을 마주할 수 있는 용기와

태양을 품을 수 있는 눈부신 재능을

포기하고

엄마가 됐다.


나는 그렇게 태어났다.


 언젠가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꽃이 해바라기인 것을 알고 나는 왜 이렇게 가슴이 아팠던 걸까요.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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