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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김 Jun 10. 2016

별아(너에게)


별들에게 물었다

같은 별이면서 왜 그리 무수히 떠있느냐고

홀로 떠있을 때 더욱 빛나지 않느냐고


별들이 대답했다

우리는 같은 별이 아니야

나는 미련이고

나는 후회이고

나는 그리움이야


그리고 나는 지나간 시간이며

잊지 못할 사랑이야


네가 우리를 바라볼 때

우리는 너의 마음을 바라본단다


그러니

유난히 별이 빛나는 밤이면

마음껏 울어도 된단다


 유난히 별이 빛나는 밤이 있습니다. 요즘은 공기가 안 좋아 별을 보기 힘들지만 도시 외곽으로 조금만 나가다 보면 별을 볼 수가 있습니다. 군인 시절, 유격훈련 때 일입니다. 유격훈련 셋째 날 밤이었습니다. 지친 병사들을 위로하고자 야외에 스크린을 설치하고 영화를 보여준 적이 있습니다. 유격훈련장은 강원도 어느 산골에 위치했습니다. 사실, 영화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몸이 지치다 보니 막사에 들어가 쉬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군인은 개별행동을 할 수 없었기에 체념하고 밖에 묵묵히 앉아 있었습니다. 그러다 영화가 지루한 감이 있어 문득 하늘을 올려다봤습니다. 그 순간, 무수히 많은 별이 캄캄한 하늘에 빼곡히 수놓아 있었습니다. 더군다나 고개를 드는 그 순간에 별똥별이 떨어졌습니다. 저는 그 자리에서 눈을 감고 소원을 빌었습니다. 

 '우리 가족 모두 건강하고 하는 일 잘되게 도와주세요. 그리고 그 아이가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한결같이 제 소원은 우리 가족의 기원이었고 그 아이의 행복이었습니다. 그렇게 별똥별은 정말이지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졌습니다. 별똥별이 지나가고 저는 한참을 하늘을 바라봤습니다. 첫째 날, 둘째 날에는 하늘을 올려다볼 겨를이 없었습니다. 처음 겪는 고된 훈련에 그만 녹초가 돼버렸고 막사에 들어오면 서둘러 쉬기 바빴습니다. 그런데 셋째 날 밤에야 그 아름다운 하늘이 눈에 들어왔던 겁니다. 하늘에는 셀 수도 없이 무수히 많은 별들이 빛나고 있었습니다. 어릴 때 배웠던 별자리들이 눈에 보이기도 했고 별들이 집단으로 모여 빛나기도 했습니다. 저는 그 별들의 모습에 감탄하고 감탄했습니다.


 그렇게 계속 별들을 보고 있자니 옛 생각들이 떠올랐습니다. 중학교 처음 짝꿍을 좋아했던 일, 짝사랑 상대에게 용기 내어 고백하지 못했던 일, 이제는 멀어졌지만 그 당시 정말 소중했던 내 친구, 그리고 나의 첫사랑인 그 아이. 여러 가지 생각이 들더니 이내 감정들이 뒤따라 왔습니다. 보이는 별들마다 기억의 저장이 다르고 감정의 저장소가 다른 거 같았습니다.


 어릴 때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내 안에 있는 소망만큼 별들이 보인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순수하고 유치한 발상이지만 유격장에서 별들을 바라보고 있을 때는 순수하고 유치했던 어린 시절로 되돌아 간 거 같았습니다. 수없이 떠오르는 옛 생각들, 하나하나 별들과 연결된 거 같았습니다.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별들이 이미 지나간 시간입니다. 과거의 반짝임이 현재까지 이어져오는 아름다운 일입니다. 그에 따라 별을 보고 있으면 지나간 시간이 따라오는 거 같습니다. 옛 기억이 별들을 타고 다시 제게 전해져 오는 것만 같습니다. 때로는 미련으로, 때로는 후회로, 그리움으로. 잊지 못할 사랑으로 전해집니다.


 가끔씩 다가올 밤하늘에 그려질 옛시간들을 기다립니다.

별들이 수놓은 너와 나의 연결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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