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 왔을때 방언의 이모저모에 여러모로 놀랐지만 사실 가장 신기했던 말은 '육지'였다.
기실 내가 발 딛고 서 있는 이 곳도 땅 위일진데, 이 곳 사람들은 매번 내가 서울을 다녀올때면 "육지 다녀완?" 하고 운을 뗐다. 그때의 나는 제주 초년생이라 '아. 뭐람, 제주도민은 그럼 물 속에 사나?'하고 조금은 어이없어 했던 기억이 난다.
어느덧 9년차, 말끝마다 '이?' 며 '우다게'를 일삼는 타지것은 (오늘도 그 희미하면서 희망찬 제주어에 피식하며 이쁘게 봐주는거 봤수다게) 본인 조차도 서울, 아니 반도를 갈때 육지간다고 먼저 선빵 날리고 있습니다.
무튼, 내가 제주를 좋아하는 많은 이유 중에 하나. 제주는 정말 사시사철 꽃밭이기 때문인데 특히 요즘 6월은 그야말로 수국의 천하이다.
여기서 몇 군데 터놓자먄
#안덕면사무소 앞
하늘색 푸른 빛 수국이 주우욱 펼쳐진 아름다운 길. 어찌나 많은 사람들이 심취하는지 인생은 네컷, 인생길 3초라는 캠페인이 있을정도
#동광육거리 근처 수국길
여기는 자주색 보라색 선명하게 옹골찬 아이들이 가득인데 탐라는 초코송이라는 카페를 찍고 사잇길로 들어서면 진한 아름다움이 한가득
#상잣길
최근에 발견한 스팟.
수국은 솜사탕처럼 둥근 아이들이 대부분인데, 산쪽에는 얕게 눌린듯 넓적하지만 피란 청초함을 머금은 산수국이 자리한다. 족은노꼬메주차장 근처 상갓질이라 명명된 길가엔 1km남짓 물길처럼 파랗게 영근 꽃들이 나부낀다.
물을 좋아해서 수국이라 했다. 하물며 저 대한민국이 영근 주 영토를 육지라 일컫는 사람들에게 그야말로 찰떡인 꽃이 아닐런지.
수국은 여느 꽃과는 조금 다르다. 심는 토양의 산성과 알칼리성에 따라 꽃의 색이 달라지고, 관상용으로 개량한 결과 우리가 보는 대다수의 뭉게뭉게한 솜사탕 같은 종류는 실상 수술과 암술이 없는 헛된 찬란함이다. 산수국의 경우는 가운데 알맹이처럼 오톨도톨 맺힌 부분은 열매를 잉태한다고 한다.
후대를 생산하지 못하다니, 그야말로 찬란한 헛됨이 아닌가 생각하다가 이내 스스로의 어리석음에 고개를 내저었다.
나 조차도 빛좋은 개살구인 것을, 그 무엇으로라도 즐거움의 원천이 되는 것 또한 무엇이 부족할 일인가.
뭐지
오늘 좀 이상한 결론일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