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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 Oct 11. 2024

한강 그토록 넓은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는 기자회견을 하지 않았다.

백지처럼, 오후 4시경 강물을 비추는 햇살처럼,

내게 그녀의 문체는 그런 느낌이다.

소란스럽지 않고 투명하며, 스미듯 다가와 깊이 비추는.


노벨문학상이라니.

한국어로 글을 쓰는 작가들은 너무나 작은 이 나라의 특수한 문자체계와 더불어 '한국적'이라고 여겨지는 독특한 표현 어구들에 대한 번역의 어려움으로 쉬이 수상하기 어려울 것이라 하지 않았던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 망망대해를 넘어 다른 대지를 딛고 선 이들에게 어떤 울림을 주었다. 그리고 그 파동은 아주 오래도록 진동하리라.


작가는 기자회견을 하지 않겠다고 했다. 연락오는 기자들을 모아 기자회견을 하는게 어떻겠냐고 그녀의 부모님이 제안했고, 그러마고 했던 작가는 다음날 생각을 바꿨더랬다.

지금도 우크라이나에서, 중동에서, 하루에도 많은 사람들의 시체가 실려나오는 이 시점에 축하할 것이 무엇이겠느냐고.

순간 앞이 캄캄해졌다. 나는 이 행복의 조건을 갖춘 곳에 안전히 서서 타인의 아픔과 절망에 대해 얼마나 고민하고 있는가. 세상의 슬픔에 작은 관심이라도 가져본 것이 언제였을까.


늘상 작가의 책을 덮으며 잠길듯 울었던 기억의 의미를 이제는 알 것 같다.

한강, 당신의 넓음에 나의 어리석음을 돌아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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