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치킨집이라니! 한국 치킨집이라니!
올해 1월, 쾰른에 한국식 치킨집이 새로 생겼다는 소식을 접하였다. 언젠가 먹어봐야지 먹어봐야지 벼루고 벼루다 오늘, 같이 조깅하던 친구가 무료 나눔으로 서랍장 하나를 받기로 했는데 생각보다 무거울 것 같아 도와줄 수 있냐는 연락에 서랍장을 옮긴 뒤 배고플 테니 치킨을 시켜 먹자고 하였다. 친구도 새로 생긴 치킨집이 궁금하던 참이었기에 "콜!"을 외치며 우선 먹기 전에 운동으로 서랍장을 옮겼다. 생각보다 무거운 서랍장에 온 몸에 땀이 나고 팔은 이미 뻣뻣해져 버렸지만 램프도 필요하면 가지고 가라는 서랍장 주인의 말에 덕분에 생각지도 못 한 램프를 챙기며 끙끙거리며 서랍장을 옮겼다. 무사히 친구네 집에 옮겨진 서랍장을 보며 뿌듯한 마음을 안고 우리는 바로 치킨집으로 향했다. 치킨집은 Friesenplatz역 근처에 있는 Hankki라는 곳이다. 16시 40분쯤 집에서 출발하며 구글맵으로 가는 길을 확인하니 15시부터 17시 반까지는 쉬는 시간이라고 적혀 있어 당도 떨어졌고 하여 치킨집을 가기 전에 먼저 지난번에 먹은 버블티를 사서 마시면서 치킨집에 가기로 계획을 변경하였다. 지난번에 친구가 먹은 말차 라테 버블티가 맛있어 보였기에 이번에는 말차 라테 버블티를 주문하였고, 생각보다 진한 말차 맛에 또다시 한번 더 반하게 되었다.
그렇게 버블티를 마시며 도착한 치킨집 Hankki. 새로 오픈하여서 그런지 가게 안은 아주 깨끗하였고, 치킨집임에도 기름 냄새보다는 치킨 무 냄새가 더 나는 것 같았다. 사장님과 사장님의 어머니로 보이는 분 (아니면 죄송합니다!), 이렇게 두 분이 계셨는데 두 분 모두 인상도 좋으시고 정말 친절하게 대해 주셔서 가게에 머무르는 동안 편하게 있을 수 있었다. 메뉴는 후라이드, 양념, 간장으로 M 사이즈와 L 사이즈가 있었고, M 사이즈는 반마리, L 사이즈는 한 마리라고 하셨다. 우리는 후라이드와 양념 반반 (19.50 유료)을 시켰고, 20분에서 25분 정도가 걸린다고 하셔서 가게 밖에 놓여 있는 의자에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내었다. 지난주에 갑자기 추워졌다가 다시 따뜻해진 날씨 덕분에 밖에 있어도 그다지 춥지 않아서 편하게 기다리며 우리는 한국식 치킨을 맞이할 준비를 하였다. Lieferando 어플로도 주문을 할 수 있다고 하셨는데 어플로 주문을 하면 좀 더 비싸고, 같은 쾰른이지만 어플에서 이용이 가능한 지역과 가능하니 않은 지역이 있다고 말씀해주셨다. 친구네 집도, 나의 집도 트램을 타면 20분 정도 걸리고 차로는 10분도 채 되지 않는 거리임에도 둘 다 어플에 가게가 나오지 않아 아직 어플로 주문은 불가능한가 보다, 하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은 이용이 불가한 지역이었던 것이다. 대신 전화를 하고 찾으러 오면 기다리지 않고 바로 받아 가실 수 있다고 알려주셔서 다음부터는 전화를 미리 해야겠다 싶었다.
치킨을 기다리는 동안 한 독일 남자분께서 지나가시다가 벽에 붙은 메뉴판을 유심히 보시고는 밖에 앉아 있는 우리에게 갑자기 질문을 하기 시작하셨다. 양념은 달고 맵다고 적혀 있고, 간장도 어떠한 맛의 치킨인지가 설명이 되어 있는데 후라이드는 그럼 무슨 맛이냐, M 사이즈와 L 사이즈라고 적혀 있는데 치킨 한 마리가 다 들어가 있는 것이냐, 얼만큼인 것이냐, 등의 질문이었는데 괜히 애국자가 된 듯, 내 가게 인양 짧은 독일어와 영어를 섞어가며 설명을 해 드렸더니 "그럼 M 사이즈 양념 하나 주세요" 하시는 것이었다. 순간 나도 모르게 빵 터지면서 나는 여기 직원이 아니에요 라고 말씀드리며 웃으면서 같이 가게 안으로 들어가서 대신 주문을 해드렸고 그분은 연신 같이 웃으시며 미안하다고 말씀하셨다. 괜찮다며 한동안 같이 웃는데 얼마나 웃기던지. 그 순간순간에는 떠오르지 않던 독일어 단어들이 그분이 가시고 나니 괜히 떠오르기 시작하여, 이 말도 독일어로 이렇게 해볼걸, 저렇게 말해볼걸 생각이 들어 아쉬운 마음이 가득 들었다. 온화한 분위기를 가득 풍기셨기에 나의 독일어 선생님이 돼주시면 참 좋을 텐데, 라는 생각마저 들 정도여서 더 아쉬웠는지 모르겠다. 그렇게 한바탕 해프닝이 있고 난 후 우리가 주문한 치킨 반반이 준비가 되었고 우리는 아무 생각 없이 카드를 내밀었는데 아직 카드기가 도착하지 않아 현금만 된다고 하셨다. 버블티를 사 먹으면서 현금을 다 써버린 상태였기에 우리는 순간 당황할 수밖에 없었고, 미리 알았다면 기다리면서 현금을 뽑았을 텐데 어쩌지, 하는 와중에 사장님께서 이름과 연락처를 남겨주시고 다음에 값을 지불해 달라고 하셨다. 일단 이름과 연락처를 드린 후, 가게를 나왔지만 찝찝한 기분이 쉬 가시지 않아 우리는 부랴부랴 근처에 있는 ATM기를 찾으러 다녔고, 근처에 ATM기를 보자마자 아무 생각 없이 20유로를 뽑았다. 결과는 수수료 5.99유로. 무슨 수수료가 5.99유로나 한단 말인가. 충격이었지만 일단 치킨값부터 내고 보자 싶어 20유로를 들고 다시 가게를 찾아갔고 사장님께서는 연신 감사하다고 인사해주셨다. 수수료는 충격적이지만 그래도 뭔가 제대로, 완벽히, 일을 끝낸 기분이 들어 우리는 편한 마음으로 트램을 타고 집에 얼른 도착하여 치킨을 먹는 순간만을 기다렸다. 트램에서 근처에 앉은 한 아저씨가 손가락질을 하며 냄새난다고 소리를 지른 것을 제외하면 길을 잃지도 않고 바로 집에 잘 도착하였기에 그것으로 만족하리라.
집에 도착하자마자 손을 씻고 세팅을 하고 주저하지 않고 바로 닭다리를 집어 먹었다. 한국 치킨집에서 주시는 샐러드와 함께 치킨 무도 따로 돈을 받지 않고 양념과 소금까지 함께 들어 있는 센스에 감탄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당연한 이야기이겠지만 KFC보다 맛있었고, 후라이드도 양념도 치킨의 간을 이 가게의 특별한 비법으로 하시는지 독특한 맛이 났다. 특히 양념치킨에는 춘장 느낌의 맛도 돌아서 특이하였다. 독일인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서인지 내 입에는 조금 짠 느낌이 있었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먹는 바삭한 한국식 치킨에 우리는 배부르고 알차게 잘 먹을 수 있었다. 치킨을 먹으면서도 하루빨리 락다운이 풀려 치킨집에서 갓 튀긴 치킨을 앞에 두고 가게의 온 사방에 들러붙은 기름 냄새를 가득 맡으며 가게에서 치킨을 먹을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자하신 인상으로 정말 친절하셨던 사장님 두 분이셨기에 더 이 가게가 번창하길 진심으로 바라며 마지막 남은 치킨 한 조각을 집어 들었다. 오늘 하루의 마무리가 치킨이었기에 더욱 뜻깊은 것 같다. 역시 운동 후에는 튀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