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죽음이 종료 버튼 누르듯 쉬운 것이라면 나는 이미 죽었을 수도 있겠다. 아니, 생각해보니까 그랬어도 못 눌렀을 게 뻔하다. 난 겁쟁이니까. 그래, 인생에 환생이 보장되는 리셋 버튼이 있었다면 아마 나는 지금쯤 초등학생을 못 벗어났겠다. 완벽한 조합을 위해서 버튼을 누르고 또 누르고 눌렀을 테니까.
차라리 슬퍼하는 것보다 화가 난 상태가 낫고, 나보다는 남한테 화가 난 상태가 더 낫다. 너무 많이 미워한 과거의 나들, 그리고 티끌 없이 반짝이던 더 어린 시절의 나한테 미안해 눈물이 나기 시작하면 이제 큰 일이다. 미래의 내가 지금의 나를 원망하거나, 바보 같다고 여길 거란 생각에 다음 눈물을 쏟기 시작하면 이제 끝이다. 아, 어쩌면 좋아. 이 슬픔의 끝은 오늘 마무리되는 듯싶지만, 아침부터 머리를 짓누르며 다시 시작되는 생각들은 또 내일 비슷하게 마무리되겠지. 이러니 또 나도 모르게 내가 죽어버렸으면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