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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말라야노을 Jan 18. 2022

 '동물 생명의 존엄성'이 헌법에 명시된 나라 스위스

스위스는 가장 엄격한 동물보호법이 시행되는 국가 중 하나이며,

 세계 최초로 헌법에 동물의 존엄성을 보장하기 위한 동물 보호 조항을 포함하고 있는 나라이기도하다.


물고기 존엄사

스위스의 한 호수에서 물고기를 잡던 사람이 10분 이상 물고기와 힘겨루기를 해 동물학대 혐의로

법정에 서게 되었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과장된 해프닝이었을 수도 있겠지만, 스위스에서라면 충분히 가능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스위스 낚시터에서는 입장할 때 작은 망치 하나를 주는데,

물고기를 낚으면 곧바로 안락사(?) 시키는 데 사용해야 다.

우리나라에서는 물고기를 잡으면 최대한 오랫동안 살려두려는 경우가 많지만, 물고기를 오랜 시간 서서히 고통스럽게 죽도록 방치하는 것을 스위스에서는 허용하지 않는다.



가끔씩 선물을 가져오는 반려묘

유럽 여러 나라에서는 현관문이나 창문에 고양이가 드나들 수 있는 작은 문을 만들어 준다.

고양이의 본능인 자유와 사냥을 즐길 수 있게 해 주어야 된다는 것이다.

가끔은 며칠씩 집에 오지 않을 때도 있고, 어떨 때는 죽은 쥐를 물어와서 선물이라고 들이밀 때도 있다고 한다.

식겁한 표정을 애써 숨기면서, 그럴 때는 어떻게 하냐고 물었더니, "No thank you"라고 말하며 살짝 문을 닫아버린다는 대답을 듣고 잠시 동안 할 말을 잃었다.   



이사 가기 싫은 고양이

도심외각의 한적한 곳에 살던 동료가 근처의 다른 동네로 이사를 갔는데,

이사한 지 일주일이 넘어도 고양이가 새집으로 오지 않는고 했다.

개는 새집에 와서 잘 적응하고 있지만, 고양이는 변화를 싫어해서 아직도 옛집 근처에 머물고 있다는 것이다.

고양이가 옛집에 있다는 것을 어떻게 아냐고 물었더니, 이사 며칠 후에 가서 고양이가 있는 것을 확인하고 왔다고 한다.

시골 동네여서 새집과 옛집은 약간 멀긴 해도 서로 보이는 곳이었고,

그 동료는 고양이가 스스로 새집을 받아들이고 와줄 때까지 기다려주어야 된다고 했다.



내장 칩이 궁금했던 반려동물 후진 국민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동물등록제가 시행되 않던 12년 전쯤에,

스위스에서는 강아지 몸속에 칩을 심다는 말을 듣고,

혹시 사람을 공격했을 때 그 견주를 찾아내기 위해서냐고 물어보니,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반려동물을 학대하는 보호자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는 대답을 들었다.


예를 들면, 휴가를 떠나면서 방치해 둔 반려동물이 발견되거나 신고가 들어오면

그 보호자를 찾아내는 데 사용된다는 것이다.


그때는 그 대답을 들으면서 참 유난스러운 사람들이라고 생각을 했었지만,

반려견과 함께 살고 있는 지금에서 다시 돌아보니 조금 부끄러운 생각이 든다.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세입자에게 필요한 것들

스위스에 사는 동안 이사를 갈 일이 생겼었고,

새 임차인과 집주인과 셋이 모두 모여 집 내부 상태를 함께 점검하기로 했다.


내가 살던 집은 언덕에 있어서

건물 입구에서는 1층이었지만, 거실과 뒷마당 쪽에서는 1.5층 정도로 높은 곳이었다.

새 임차인이 고양이 한 마리를 키운다고 얘기하자,

스위스 집주인은 거실에서 발코니로 나가는 아래쪽 벽에 고양이가 드나들 구멍을 만들어야 하고,

뒷마당이 너무 낮으니 사다리를 설치해야 된다고 했다.

고양이를 위해 벽에 구멍을 뚫는 것은 가능하지만, 사다리 포함 150~200만 원 정도의 공사비는 차인이 부담해야 된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옆에서 듣고 있던 나도 놀랐지만, 프랑스인었던 새 임차인의 표정에서도 당황함이 느껴졌다.

그뿐만 아니라, 고양이에게 갑자기 무슨 일이 생기면 보호자 외에 비상연락이 가능한 사람의 인적사항이

필요하고, 고양이 의료보험가입 증명서도 필요하다고 했다.



'공생'의 의미를 돌아보게 하는 스위스의 동물복지

스위스의 동물보호법에 정말 놀라게 되는 이유는 법의 엄격함 때문이 아니라,

아주 철저하게 동물의 관점에서 동물의 권리와 행복에 대해 규정하고 있는 법의 섬세함 때문이다. 


예를 들면, 기니피그, 앵무새, 금붕어처럼 동료가 없으면 외로움을 느끼는 동물들을 '사회적 동물'로 규정하고, 반드시 두 마리 이상 반려하거나, 정기적으로 친구를 만나게 해야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신경계가 발달되어 고통을 크게 느낄 것으로 예상되는 바닷가재 같은 갑각류의 경우, 산 채로 물에 삶는 행위를 금지하고 요리하기 전에 반드시 기절시켜야 한다는 규정도 있다.


우리도 어느새 수백만 반려동물 가구의 시대가 되었고,

물보호법에 대한 목소리도 점점 커지고 있다.

사람의 '권리와 행복'을 규정하는 것에도 엄청나게 많은 변수와 문화적 차이가 존재하는데,

심지어 '사람과 동물의 공생법'을 위한 사회적 합의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갈등과 시행착오를 거쳐야 될 것인지 가늠하기 어렵다.


스위스의 동물보호법에도 수많은 국민투표와 논쟁의 시간이 포함되어 있듯이,

반려동물과의 행복한 공생법을 만들어 가기 위한 우리의 시간도 시작되었다.  


참고한 웹사이트 목록


물고기의 고통도 존엄히, 스위스 동물복지법

습성에 따라 ‘사회적’ 동물을 규정하는 스위스

[클릭 세계속으로] 스위스 ‘동물 보호법’ (kbs.co.kr)

알레르기비염 있는 우리 아이, 강아지 키워도 될까 ::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 (newsis.com)

반려동물 훈련 가이드 '동물사랑배움터'에서 배우자! 1월 17일 오픈 - 데일리팝 (dailypop.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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