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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말라야노을 Feb 04. 2024

나무가 사람보다 오래 사는 이유

지천명의 나이에 알게 된 것들(2)

나이를 먹을수록 시간이 점점 빨라지는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썰이 있다.

살아갈수록 비슷한 하루하루가 계속 쌓이면서 어제가 오늘 같고 그날이 그날 같다 보니, 시간의 흐름에 점점 무뎌지게 돼서 그렇다는 썰도 있고,

나이를 먹을수록 기억력이 퇴화되면서 기억하는 일들이 줄어들다 보니 시간이 짧게 느껴진다 썰도 있다.

모두가 그럴듯하다.


누구세요?


20대에서 30대로 넘어갈 때는 외모보다 심리적 변화가 컸다면, 40대에서 50대로 넘어가면서는 심리보다는 외모의 변화가 확연히 큰 듯하다.

제일 먼저 나이를 실감하는 순간은 사진 속의 내 모습을 볼 때이다.

탄력을 잃고 쳐진 피부, 감출 수 없이 수북해진 흰 머리카락, 선명해진 주름살들......내꺼인듯 내꺼 아닌 내꺼 같은 어색한 내 모습에 흠칫 놀라게 된다.


젊음이 노력으로 받은 상이 아니듯, 늙음도 잘못으로 받은 벌이 아니다
(by 로스케)


"늙음"이 이제 내 인생에도 가까이 다가오고 있음을 느끼게 되면서, 이전까지 보이지 않던 것들이 하나씩 보이기 시작한다.

엄마는 늘 엄마가 아니었고, 할머니는 늘 할머니가 아니었다.

등이 굽은 옆집 할머니도, 더딘 종종걸음을 걸으시는 위층 할아버지도, 그분들에게도 한때는 푸르고, 싱싱하고, 아름다웠던 날들이 있었으리라.

내가 누려온 젊음이 나에게만 주어진 특권이 아니었듯이, 굽은 등과 힘겨운 발걸음 역시 그분들에게만 주어진 불행이 아니다.

    

나무는 지천명을 알고 있다


나무는 길고 혹독한 겨울을 견뎌내고, 다시 싹을 틔워서, 무성한 잎들키워내고, 세상 만물이 살아갈 산소와 에너지를 만들어낸다.

나무는 해야 할 일이 있기 때문에 수백 년, 수천 년을 사는 것이고, 사람은 자기가 누려온 기회를 또 다른 누군가에게 나누어 주기 위해 나무보다 먼저 삶을 끝내는 것이라고 한다.

나무도 사람도 주어진 삶을 잘 살아내는 것이 순리이며, 순리대로 사는 것이 하늘의 뜻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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