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끝난 줄로만 알았던 나의 청소에 대한 집념은 결혼 후에 다시 고개를 쓰윽 올렸다. 엄마가 되었기 때문에 기존 내 엄마로부터 과업을 인수인계 받은 것인지, 아니면 나의 선천적 기질때문인지는 아직도 알 수가 없다.
사람들은 말한다. 공간은 그곳에 사는 사람을 정의한다고, 공간이 더러운 것은 그 사람의 정돈되지 않은 마음을 뜻한다고. 공간이 깨끗해야 그 자리에 복이 온다고.
하지만 반대로, 누구도 깨끗한 공간 연출자가 갖고 있는 어려움을 마주하려 하지는 않는 것 같다. 공간이 깨끗해야한다는 강박, 마음이 늘 고요해야한다는 것에 대한 신념... 그러므로 내 주변, 내 눈에 뭐 하나라도 걸리면 금새 몸과 마음이 더럽혀질지도 모른다는 말도 안되는 두려움, 엉겁결에 무방비 상태에서 내면이 까발려질까봐, 뭐 하나라도 빗장이 풀려버려서 내 안에 애써 잠재우고 있던 어떤 끔찍한 무언가가 나도 모르는 사이 들통 나 금방 창피해질지도 모를, 혹시라도 마주할지도 모르는 수치심에 대해 미리 수치스러워하는 마음과 함께 였던 것 같다.
티비에 보면 유명 남자연예인의 강박적 청소집착에 대해서는 그것이 괴롭다거나, 오히려 이익이라는 등의 정의와 평가가 패널들과 대중에 의해 끊임없이 반복되는 듯 하다. 그리고 그들의 행위에 대해 '결벽증'이란 한 단어로 정의내려지며, 그런 남자와 함께 사는 여자는 늘 삶이 각박한 고행길이다 등의 말로 본인과 상대에 대한 감정읽기가 진행중인 듯 하다.
하지만, 전통적인 주부의 역할과 맞닿아서인지, 매번 식초와 베이킹소다로 집안을 소독하며 다니는 여자를 깔끔하고 부지런하다며 칭찬을 하지, 걱정하거나 문제시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티비에서 여자의 집안 청소 강박에 대해 '사모님 정말 깨끗하시네요, 깔끔하시네요' 하지, 그 여자가 느낄 괴로움에 대해 괴로워하고 진심으로 따뜻하게 '적당히 해도 괜찮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그 여자의 강박이 제공하는 깨끗안 공간이 주는 안락함을 비직접적으로 누리고 있는 구성원이 존재함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증세가 너어어어어어무 심하지만 않다면, 다시 말해 상대에게도 같은 정도의 청소 수준을 유지하라고 하는 등의 요구조건을 통해 자기자신에게 피해만 주지 않는다면, 여자의 수고로움을 누리며 한 공간에 존재하는 식구들이 있는 한, 당사자인 여자 또한 자신의 문제에 직면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성장환경, 행동, 사고 패턴을 인지하기 위한 전례없던 꽤 큰 집중력이 필요하다. 언뜻 '에구, 허리야, 에구 팔이야' 라는 음성은 다수의 우리들에겐 이미 '가정주부의 노동요'에 불과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