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Hanged Man

거꾸로 보기

by 후루츠캔디

지금 생각해보면 강박 성향이 나를 항상 피곤하게'만' 한 것은 아니었다. 남들은 당연히 자신들의 삶의 기준에 맞춰 내 삶의 방식을 판단할터이니, 나를 보며 '어째 그렇게 피곤하게 사냐' 하며 혀를 내두를지라도, 나 스스로는 어릴때부터 원래 짜여진 습관이었기 때문에, 내가 혹은 나 자신의 삶의 방식이 피곤한 줄을 모른다. 오히려, 이와는 다른 삶의 방식에 길들여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오히려 남들이 나태해보인적도 많다. 그리고 나의 삶의 방식에 대한 혜택은 나 자신에게 뿐만 아니라, 나의 모친과 부친 그리고 현재 내 남편과 내 아이들에게까지 영향을 준다. 그 '강박의 효용' 때문에 그 날 그 때까지도, 사실 지금도 어느 부분까지는, 과거의 습관을 완벽하게 놓지 못하는 것이다.


일단, 처음 글에서 밝혔듯, 나는 어릴적에 어지럽히고 스스로 정리하는 아이였다. 단 한번도 엄마는 나 때문에 장난감정리로 곤욕을 겪은 적이 없다. 나 또한 마찬가지이다. 내 아이들이 나 처럼 정리를 잘 하기 때문에 나 또한 단 한번도 아이들 방이나 장난감 정리, 침대 정리때문에 서터레서(stress)를 받아본 적도 또 그 불평불만의 불똥이 다른 누군가에게 튄 적도 없다.


둘째, 자기 관리를 철저히 한다. 보기 좋은 놈이 먹기도 좋다며 자기관리를 철두철미하게 하는 것이 주변사람도 기분좋게 하는 것은 사실이다. 대인관계안에서 이미지를 좋게 하는 것에도 유리하고, 쓸데없는 오해에도 휘말리지 않을 수 있다. 몸매나 피부관리도 꾸준히하고, 굳이 사치할 필요는 없지만, 적당히 센스있고, 상큼하면서도 깔끔하게 다니면, 아들래미들도 딸래미들도 엄마를 좋아하는 것 같다. 갑작스레 예기치못하게 만난 학부형들과도 집에서든 길거리에서든 카페에서든 학교 앞에서든 어디에서든 어딘지 모르게 추레하여 수치스럽지 않게 대면할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실용적인 면이 존재한다. 학교 앞에 사는 나는 종종 아들과 학교 운동장에서 산책도 하고, 남편과 데이트도 하는데, 평소 집안에서도 몸단장을 깨끗하게 하고 있기 때문에 언제든 어디든 신발 한켤레만 추가로 신는다면 50m앞에 나가는데 무리가 없다. 내가 추구하는 갑작스런 급만남도 별 부담이 없다.


셋째, 이건 내가 부모가 되어서 느끼는 효용가치이다. 우리 부모님은 정말 나를 거저키우신 듯한 느낌이다. 강박 성향이 탑재되어있던 나는, 성적을 내는 것에도 강박적이었기 때문에, 내가 원하는 성적이 나올 수 밖에 없게 공부하는 전략을 아주 어릴때부터 터득했다. 절대 시간이 모두에게 공평하게 주어졌으나, 누구나 자신이 원하는 성취도에 달성할 수는 없음을 깨닫고, 문제를 내는 상대의 의도를 파악하기위해 최선을 다하고, 매사 전략적으로 임했던 것 같다. 이게 남들이 말하는 '자기 주도형 학습' 이라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상대가 무엇을 묻는지 또는 물을지를 파악하고, 때려 맞추는 것에 능했다. 당연히 부모님은 초,중,고 그리고 대학교에서 국영수에 지출하는 사교육비용을 단 한 푼도 들이지 않고 나를 키우셨다. 아니 솔직히 요즘 엄마들에 비해 나를 거저 키우신게 맞다. 내가 잔소리 한번을 안 들었으니까. 그 돈으로 차라리 나는 초등학교 때 골프를 배웠고, 중학교 때 수영과 스쿼시로 스트레스를 풀었으며, 고등학교때에는 헬쓰장에서 피티를 받으며 몸을 풀었던 것 같다. 내가 원하는 책은 교보문고에서 아낌없이 사 보며 나만의 세상안에서 휴식했었다. 내가 여중, 여고, 여대라는 보다 효율적인 루트가 아니라 남자도 함께 섞여있는 학교에서 학창시절을 보냈었다면 남자를 다루는 전략도 잘 연마했었을텐데, 그렇다면 결혼생활에 더 보탬이 되었을 텐데 그것을 배우지 못한 것이 나의 학창시절의 유일한 아쉬움이다.



청소에는 강박이 붙어 내 덕에 가족들이 깨끗한 환경에서 거주하는 럭셔리를 누리고 살고 있지만, 요리에는 도무지 강박이 붙지 않는다. 그래도 5대 영양소는 매 끼 바꿔가며 빠지는 것 없이 챙겨주고 있기에 누구도 불만을 가질 수 없게 만드는 것에는 강박이 붙어있다.


이런 내게 강박이 없었다면?


다이어트 스트레스에 시달리면서도 먹고 있겠지, 집안은 난리속이었겠지, 누구도 자유롭게 언제 어느때나 볼 수 없겠지 준비시간이 필요하니까, 공부를 잘해야한다, 일을 잘해야한다 생각이 없으면 성과도 자연히 높을수는 없었겠지, 장학금도 못탔겠지, 장학금을 타지 못했으면 성적도 그저그렇다는 뜻이니 내가 원하는 대학원에 갈수 없으니 그럴바엔 공부할 필요가 없었겠지, 초중고때부터 그런 데이터가 쌓였다면 애초에 공부생각을 안했겠지, 공부는 별로였겠지만 인간관계는 좀더 편안하지 않았을까, 사람들을 만날 때 상대에게 거리감과 왜인지 모르는 불편함을 주는 지금의 나와 달리 유쾌하고 편안한만남을 잔뜩하며 인생이 좀 더 풍요롭지는 않았을까, 아닌가? 오히려 상처투성이 가슴과 내꺼 하나 제대로 움켜쥐지 못하는 인생이 되지는 않았을까...


그런데 좀 피곤해 그리고 좀 불안해..

이 불안을 나를 더 강하게 하는 에너지로 바꾸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