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로부터 오는 전화가 그렇게 반갑지만은 않다. 4

김밥을 싸다가 생각난 그 때, 캐나다 도시락

by 후루츠캔디

어린 시절 학교에서 소풍을 가면, 엄마는 다른 아이들과 다른 음식을 싸 주셨다. 다른 아이들은 김밥을 싸 왔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나는 김밥이 다른 아이들과 많이 달랐다. 김밥속은 모두 같았지만, 김이 없고, 그 대신 모든 음식들이 후라이팬 위에 올라가서 계란에 한번 볶아진 상태의 주먹밥 상태였다. 아무래도 한번 볶은 것이니, 일반 김밥보다 더 고소했고, 계란때문에 부드러웠고, 열량도 더 높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엄마표 주먹밥이 생긴대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첫 소풍 때 엄마가 싸준 김밥을 먹으려고 플라스틱 도시락 뚜껑을 여는 순간, 나는 즉시 고약한 냄새때문에 그 날 점심을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김밥이 상했거나 문제가 있던 것은 절대 아니었음에도, 막바로 만든 후레쉬한 김밥이 아니라, 밀폐된 용기안에 3-4시간동안 완충된, 해조류 특유의 냄새와 참기름 냄새 그리고 밥 냄새가 만나 뚜껑이 열리는 순간 한번에 터지는데, 비위가 약한 아이로서 야외에서도 그 냄새가 맡기 힘들었다.


나의 속 사정을 모르던 아이들은, 내가 김밥을 좋아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내가 싸온 주먹밥과 자신의 김밥을 교환해서 먹자며 자신의 김밥을 내게 주었는데, 다른 아이들의 김밥 냄새도 내게 예외가 아니었는지, 나도모르게 다른 아이들의 김밥을 먹으려 입과 코에 가까이 가져다대는 순간 나도모르게 헛구역질이나 친구도 나도 당황했던 기억이 있다. "미안해, 캔디야, 우리엄마가 음식을 잘 못해, 엄마 음식 맛이 없지?" 친구의 말에 나도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던 기억이 난다. 그 때에는 구역질의 출처가 어디인지 몰랐기 때문이다. 몇 년이 지난 이후, 그 친구와 또 같은 반이 되어, 그때 김밥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그때는 구역질의 출처를 발견한 후이기에, "사실 나 김과 밥 그리고 참기름이 만났을 때의 냄새를 맡으면 사실 구역질 나, 너꺼만 그런게 절대 아니야" 라고 아이들이 모두 있는 곳에서 말하니, 아무도 이해할 수 없다는 극명한 반응들뿐이었다.초등 4학년 정도부터는 학교 급식이 시작되었었던 것 같은데, 급식 식판이 소독기에서 막 나왔을 때 나는 철냄새도 그리 쉽지는 않았다. 이전처럼 보온밥통을 열었을 때, 김서린 뜨거운 밥이 뚜껑을 열자마자 뿜어내는 냄새에서는 벗어날 수 있어 다행이었지만 말이다.


해외에 나와살다보니, 한국음식이 그리워져 가끔 떡볶이와 튀김, 그리고 김밥을 만들어먹는데, 김밥을 싸면서 그 때 생각이 났다.


가끔 한인 엄마들끼리 하는 말 중에, 한국음식 도시락을 싸 주면, 주변에 앉아있던 서양아이들은 한국음식을 보고 "Ew...." 한다는 말을 듣는다. 자신의 아이는 아무렇지 않은 척하지만, 아이 학교에 봉사활동을 가서 자신이 직접 본 그 인종차별의 장면을 겪은 후에는 한국음식을 준비해주기가 미안하다고 하신다.


사실 나는 그 아이들이 "Ew,,,"의 의미가 내 것과 같은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보온밥통의 밥냄새가 싫었고, 김밥냄새가 싫었던 내 기억과 마찬가지로 인종차별이 아니라, 감각기관 자체가 수용할 수 있는 리셉터의 종류와 수가 사람마다 다른 것 말이다. 샌드위치나 스파게티 등 대부분의 사람들의 감각에 익숙한 음식이 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다행히 우리집 아이들과 아이들의 친구들은 그 때의 나 만큼 심한 것 같지는 않다.


소풍 날에, 나를 위해 싸주는 엄마의 도시락은 참 특별했는데, 그래서 점심시간에 내 음식은 언제나 인기만점이었는데... 해외에 살면 엄마의 음식이 그리워져 이미 내 두 손은 어제, 달콤하고 짭짤한 잔멸치볶음과 매콤하고 부드러운 진미채무침을 후딱 만들고 있었다.



한식을 그렇게 좋아할 거면, 한국에서 사는 게 훨씬 좋을 텐데. 엄마의 음식이 생각날까봐 전화받기 망설여지는 것은 아닌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