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 시드니 사이 그 어디쯤, 발리에서 생긴 일

숨겨왔던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며, 함께 몽글몽글한 미래를 그려가다

by YouOn

그가 나의 '끝사랑'이 될 것 같은, 나의 묘한 직감이 그 순간 나를 오묘하게 감쌌다. 그래, 결심했어! 나는 내 길을 간다! ... (전편에 이어서)


그토록 고대하던 만남의 달, 4월을 건너뛴 우리였기에, 이제 화두는 그래서 과연 언제 서로를 볼 수 있느냐는 것이었을 테다. 서로 말은 못 하고 있었지만, 이 주제만이 초미의 관심사였던 것은 분명하다. 어느 날 그가 물었다. "유온, 올해는 어디로 여행 가?" 원래 해마다 여행을 다니던 나였기에, 아무런 낌새도 못 채고, "글쎄, 아직 안 정했는데?"라고 지나가는 말로 답했다.


그러자 한 템포 쉬고 이어지는 그의 도파민 가득한 선전포고 "같. 이. 갈. 까.?" 전혀 예상치 못했던 말이었기에, 나는 심장이 내려앉을 뻔했다! 그렇게 시작된 우리의 첫 여행 그리고 그토록 고대하던 두 번째 만남! 연락이 끊어졌다면 이미 끊어지고도 남았을, 반년이 넘게 흐른 시간. 그동안 늘 마음속에 있었지만 차마 말할 수 없었던 그 긴 시간.


다시 만났을 때 어색하면 어쩌지? 무려 같이 생활하며 여행을 해야 하는데, 내가 혹시나 실망감이나 불편감을 주지는 않을까? 설렘 반 걱정 반 안고 떠난 발리행. 비몽사몽 자정이 넘어 발리 공항에 도착했다. 입국장 게이트 앞에 서서 천진난만한 얼굴로 나를 기다리고 있던 그를 발견한 그 순간... 모든 걱정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설레는 감정만이 나를 온통 사로잡았다.


비행기가 연착해서 예상보다 더 기다려야 했을 텐데도 아무런 내색 없이, 그는 그저 나를 보자마자 두 팔을 벌려 꼬옥 안아주었다. 그 영롱한 순간, 잊지 못할 그 순간! 끈적끈적한 발리의 밤공기에도 입이 귀에 걸려 내내 서로 바라보며 웃기만 하던 그날 밤.



언제 이런저런 걱정을 했냐는 듯, 시간이 흐를수록 우리는 서로에게 편안히 스며들었다. 꼭 처음 만났던 그 날처럼. 여행을 하는 내내 그는 언제나 다정한 미소를 띤 얼굴로 나의 말을 귀담아 들어주었고, 무엇이든 찬찬히 기다려주었다. 이제껏 많은 여행을 다녔지만, 이번만큼 기억에 남을 여행도 없으리라. 내가 다시 한번 태어난 시간, 남은 내 삶을 재구성하고 계획한 시간. 우리는 서로 눈을 맞추며 미래에 관한 이야기를 자주 했다. 그리고 내 마음속에는 서서히 단단한 확신이 들어섰다.


"어느새 서른 다섯 해를 넘게 살았네. 나머지 서른 다섯 해는 넓은 세상을 누비며 더 재미있게 살다가 일흔 줄에 깔끔하게 자연으로 돌아갈래."
"음... 유온은 130살까지 살 것 같긴 하지만. 그래, 같이 삶을 즐기며 사랑하며 살자 유온아!"
"응, 나의 끝사랑 오빠!"


"발리를 떠날 즈음에야 이제 발리에 대해 조금은 알 것 같아. 내게 발리는 짙은 녹음이 우거진 숲, 선선한 바람에 흔들리는 초록빛 잎사귀, 그리고 공손히 두 손 모아 인사하는 친절한 사람들, 그들의 따스한 미소로 기억되네. 오빠에게 발리는 뭐야?"
"오빠에게 발리는 유온이지."



그와의 발리에서 나는 그에게 푹 빠져가는 동시에 삶을 관조하는 여류 시인이 되어갔다.


'산다는 게 뭔데. 아무리 돈이 많아도 자기를 위해 한 푼도 못 쓰는 사람도 있고,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기 위해 아등바등 흔들거리는 사다리를 붙잡고 있는 사람도 있고, 인생에서 진정 무엇이 중요한지 모르고 애먼 것에다 인생을 바치다 뒤늦게 후회하는 사람도 있고, 한 번도 자신의 삶을 살아보지 못하고 남의 눈치만 보다가 생을 마감하는 사람도 있고. 인생 뭐 있어. 마음 맞는 사람과 서로 따스하게 아껴주며 아름다운 것에 감탄하고, 아침에 눈 뜨면 오늘도 주어진 생에 감사하며 그렇게 순간순간 소박하고 진실되게 사는 거지.'


'내가 우리의 예쁜 추억을 하나둘씩 풀어놓으면, 앞으로 함께 할 더 많은 예쁜 추억이 기대된다고 하는 오빠. 맞아, 오빠를 만나고 하루하루가 설레고 미래가 기대 돼. 함께 예쁜 추억을 만들면서 앞으로 더 가슴 뛰는 삶을 살자!'


우리는 일주일 동안 서로의 마음을 여실히 들여다보았고, 서로가 서로의 영혼의 단짝이라는 것을 확신했다. 설레면서도 편안한 관계, 이런 관계가 가당키나 했단 말인가? 물론, 휴양지의 고급 호텔에서 쉬고 있었기에 더 좋게 느껴졌을 수도 있다는 생각도 있었지만.


그래서 다음에는 시드니로 날아가서 실제 체험을 해보는 것이 꼭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환경이 바뀌고 민낯을 보며 더 오랜 기간을 함께 했을 때 서로에 대해 어떤 마음이 드는지 알아야 했던 것이다. 한국과 호주의 중간 그 어디쯤, 발리에서 생긴 '사랑스러운' 일을 품에 안고서 우리는 몽글몽글한 꿈을 꾸었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