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책부록] 발리에서 생긴 일 6 - 요가

일상 같은 여행을 안겨준 나의 전부, 요가

by YouOn

이 모든 것이 어우러져 우리는 오늘도 '행복 선택하기'를 완료했다. 정말이지, 참 행복한 밤이었다... (전편에 이어서)


발리에서 '클럽'이 행복한 밤을 이끌어주었다면, '요가'는 행복한 낮을 이끌어주었다. 내게 요가는 특별하다. 많이 힘들었던 시절 나를 일으켜 세워주었고, 언제나 나의 심신과 영혼을 어루만져 주는 내 루틴의 마중물이 되어주었다. 내가 하루 중 가장 좋아하는 시간은 아침에 자연스레 눈을 뜨고 거실로 나가 무의식적으로 요가할 때이다. 예전에는 밤에 잠드는 시간이 제일 좋았는데, 이제 이 때로 바뀐 걸 보면 내 심정의 상태도 변한 것 같다. 어깨의 모든 짐을 내려놓고 잠자리에 드는 그 시간이 제일 달콤했던 때가 있었는데, 지금은 이렇게 새 아침을 여는 때가 제일 좋아진 것이다.



'Yoga is My Life'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요가는 이미 내 삶의 일부(가끔은 전부)로 자리 잡아 있다. 주위 사람들은 말한다. "마치 유온이는 운동선수 같아, 하루도 빠짐없이 같은 시간에 같은 일을 하는 것을 지켜보면." (사실 로봇 같다고도.) 매일 아침 요가하는 것이 나의 루틴이 된 지는 꽤 오래되었다. 좋은 습관이 결국 좋은 인생의 출발점인 것을 깨달은 이후로 소소하지만 좋은 습관들을 내 몸에 붙이게 되었는데, 그중 하나가 요가이다.


특히 나만의 소중한 터전이 생긴 이후로 더욱 그렇다. 통창의 차분한 진갈색 블라인드 사이로 스며드는 영롱한 햇살, 한껏 싱그러움을 더하는 초록빛 식물들. 그 공간에서 나는 매일 나와 대화한다. 그 어떤 일이 있어도 방해받고 싶지 않은, 필사적으로 확보해 온 그 아침 한 시간을 오롯이 나를 위해 쓴다.




요가가 내게 가르쳐 준 것은 너무나 많지만, 크게 두 가지를 꼽으라고 한다면. 첫 번째는 요가는 우리에게 남과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어제의 나와 비교하며 나 자신을 성장시키라고 일러준다는 것이다. 태어날 때부터 사람의 몸의 구조는 다 다르다. 이 동작이 잘 되는 사람이 있고, 저 동작이 잘 되는 사람이 있다. 물론 타고난 것을 바꿀 수 없다는 절망적인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다. 충분한 노력과 연습을 통해서 나의 한계를 극복할 수도 있겠다. 다만, 본질적으로 상이한 구조 속에서 '나는 왜 이 동작이 안 되지'라며 자신을 자책할 필요도 없고, 그저 내 몸이 허락하는 한에서 나만의 동작을 잘 해내면 되는 것이다. <강점 혁명>에 심취하는 나로서는, 내가 못하는 것을 잘 해내려고 스트레스를 받기보다는, 내가 잘하는 것을 더 계발시켜서 어제보다 나은 내가 될 수 있도록 독려하는 요가에 매료되었던 것 같다.


두 번째 배움은 같은 요가 동작이라면, 몸이 어떤 위치에 있든 그 동작을 똑같이 취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에서 나왔다. 예를 들면, 같은 동작이라도 앉아서, 서서, 누워서 하는 것이 있을 수 있는데, 이게 다 본질적으로는 같은 동작이라는 것이다. 그저 내 두 발이 가부좌를 틀고 있는지, 지면을 딛고 서 있는 것인지, 공중 위로 들어 올려져 있는 것인지 내 발의 위치가 다를 뿐이지 나는 결국 같은 동작을 하고 있는 것이다. 즉, 우리 삶에 적용해 보면 어떤 위치에서도 초심을 잃지 말고 한결같은 마음과 자세로 본질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어떤 일이 닥쳐도 나의 중심이 흔들리지 않고 바로 서 있을 수 있다. 발이 지면에 있든, 공중에 있든, 나는 나의 중심을 지키며 소임을 다할 수 있어야 비로소 나는 나로서 존재한다.



이 외에도 요가가 내게 알려준 것은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다. 잡생각이 들 때 요가 매트 위에 앉아 하나의 플로우에 그저 몸을 맡기고 호흡과 동작에만 집중하다 보면 어느새 그 생각은 사라지고, 내 몸 만이 남게 된다. 나의 소중한 만두카 요가매트는 파아란 색인데, 이는 내게 바다와 하늘을 생각나게 한다. 가끔 매트와 한 몸이 되어 누워 있을 때면 바다에서 자유롭게 헤엄치는 느낌이 들고, 서서 동작을 할 때는 하늘을 날고 있는 느낌이 든다. 그렇게 나는 매트 위에서 자유, 균형 그리고 마음의 평화를 느낀다.


요가 덕분에 매일 아침 나는 하루하루 더 건강해지는 느낌이 들고, 오늘도 주어진 하루를 잘 시작할 수 있는 충만한 에너지를 얻는다. 신체와 정신은 더 유연해진 채로, 마음은 한결 정화된 채로, 그 어떤 것도 막힘없이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고 자유로운 그 느낌. 그리고 이 세상에서 숨 쉬며 살아있다는 것에, 요가를 할 수 있는 몸과 마음, 그리고 이 시간이 내게 있음에 감사하게 된다.




그렇게 매일 아침 요가를 해오면서, 무의식적으로 언젠가는 발리에 요가 여행을 다녀와야겠다는 생각을 해왔다. 그리던 것은 이루어진다더니 신기하게 그 꿈에 한 발짝 가까워졌던 이번 여행. 여행 전 다른 건 전혀 계획하지 않았지만, 요가 수업만큼은 미리 프로그램을 찾아보며 예약했다. 묵고 있는 숙소에서 제공하는 Soundbath 수업을 필두로, 여성만을 위한 The Red Tent에서는 두바이에서 온 여성 그룹과 함께 짝지어 Power Yoga를 했고, 다음 숙소에서도 근처에 있는 요가 스튜디오를 검색해서 매일 walk-in으로 요가 수업에 참여했다. (보통 한화 만 원에서 만 오천 원이면 90분 1회 수업을 들을 수 있다.)



Empowered yoga에선 사방이 훤히 트인 높고 넓은 곳에서 많은 사람들과 한마음 한뜻으로 같은 동작을 했는데, 아직도 그 여운이 참 깊다. Vinyasa 동작을 하며 땀이 주르륵 흘렀지만, 여행에서의 피곤이 다 풀리는 기분이었다. 해 질 녘 참여했던 Yin yoga는 상서로운 느낌마저 들었다. The Path에서 처음 경험한 Breathwork 수업에서는 나도 모르게 잠시 잠이 들었는데 바다에서 자유롭게 유영하는 꿈을 꾸었다. 그 10분이 마치 10년 같았다. 이 외에도 에어컨도 없던 Adda 요가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같이 땀 흘리던 기억 등 발리 여행을 더 깊고 풍부하게 만들어주었던 일등공신, 나의 애정하는 요가.



다음에 다시 발리를 간다면, 외곽에 한적한 집을 렌트해 두고 스쿠터를 타고서 매일 좋아하는 스튜디오에 가고 싶다. 기회가 된다면 200시간 요가 프로그램에도 참여하고 certificate도 받고 싶다. 여행이었지만 편안한 일상 같았던 나의 발리 여행, 여행을 하며 나의 일상의 한 자락을 함께 할 수 있었음에 감사하고 감사하다.


해 있을 땐 요가로 마음 수련하고, 해 지면 그 수련한 마음으로 클럽에서 잘 놀고... 발리에서 요가의 목적은 다른 것도 있어 보였지만. 아무렴 어떠랴, 사람은 반대의 것이 적절한 균형을 이룰 때 가장 아름다운 것 같다. 그래서 '정적인 나'의 환경에 흔쾌히 함께해 준, '동적인 그'에게 고맙다. 나도 다음번엔 그의 동적인 세계에 참여할 수 있도록 체력을 더 길러야겠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