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나오고 2주쯤 지난 무렵이었을까요. 출판사 편집자님으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습니다. "작가님, 놀라지 마세요." 놀라지 말란 말에 이미 놀란 저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그 다음 이야기를 기다렸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 이어진 이야기는 놀란 저를 더 놀라게 하기에 충분한 것이었어요.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독자분들과 만나는 자리를 만들어보면 어떨까요?"
'당신의 사전'이 세상에 나온 첫 날 광화문 교보문고에 갔던 날이 떠올랐습니다. 하루 방문객이 3만 명에 달하는 그 곳에 떨림과 설렘, 기대를 한껏 안고 들어갔던 날이었어요. 브런치에서 준비해주신 근사한 사진과 제 책이 놓여있는 매대를 몇 바퀴나 돌며, 사진을 찍고 눈에도 오래오래 담았습니다.
그러다 문득 주위를 휙 돌아보니 높다란 책장들과 그 안에 빼곡히 꽂혀있는 책들이 한가득 보였습니다. 베스트셀러와 스테디셀러, 주목할 만한 오늘의 신간들. 이름만 들어도 알 법한 유명한 작가님들의 책들을 올려다보며 생각했어요.
이 사이에 제 작은 책이 놓여져 있다는 게 너무나도 감사한 일이라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름 없는 작가의 책을 읽어주시는 독자분들이 계시다는 사실이, 저에게는 기적과 다름이 없다는 사실이란 것을요.
어쩌면 저는 그날부터, 독자분과 만나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광화문 교보문고에서의 사인회, 아직은 저에게 부담이 되고 어려운 자리이지만 독자분들을 만나기 위해 용기를 내어 준비했습니다.
그러니 이 자리는 작가를 위한 자리가 아니라 독자를 위한 자리가 되었으면 합니다.
작가와의 만남이 아니라 독자와의 만남이란 이름으로요.
9월 29일 일요일, 벌써 다음주 주말이네요. 볕 좋은 가을날 오후에 한 시간 동안 진행될 예정입니다. 일반 사인이 아니라 독자분 한 분 한 분모두 다른, 단 한 사람만을 위한 문장을 적어드리려고 해요. 감사하게도 출판사에서 다양한 이벤트를 준비해주신 덕분에 함께 쌓을 추억거리도 많을 것 같아요.
한 분 한 분께 소중한 의미로 기억되는 독자와의 만남을 기대하며, 이 곳에서 제 첫 책의 첫 독자가 되어주신 여러분들을기다리고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