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상담 실습? 그게 뭐야?
지금 기분이 어때요?
어느 날 밤, 자리에 누웠을 때 문득 이유없이 마음이 답답하고 불안해 뒤척이던 날이 있었어요. 이 마음을 무어라 부르고 싶은데 그래야 내가 나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런 내 마음을 도저히 모르겠을 때. 그 이름 모를 마음의 이름을 알기 위해 국어사전을 구입하여 ㄱ부터 ㅎ까지 읽으며 감정과 관련된 단어들을 따로 모아 정리한 노트에는 모두 1000개가 넘는 마음의 이름이 모였어요. 그때부터 브런치에 마음의 이름이란 키워드로 글을 썼습니다.
글을 쓰면서 마음을 잘 알게 되었다거나 글을 잘 쓰게 되었냐고 물으면 저는 고개를 가로저어요. 그럼에도 계속 글을 쓰는 이유는 글이 불러오는 기적을 분명히 느꼈기 때문이에요. 에세이라는 특성상 저의 글은 저의 이야기이고, 그 마음 또한 저의 마음에 불과할 수 있었던 것들이 독자분들에게로 다가가는 기적과 같은 순간들을 느꼈어요. 그런 마음을 느끼는 사람이 비단 당신만은 아니라고, 공감하고 어루만지는 것에서 글이 향할 수 있는 방향과 힘을 얻었어요.
마음의 이름을 알지 못해 방황하던 밤, 나의 마음을 마주하겠다고 결심했던 것의 바탕이 되어주었던 집단상담에서의 경험을 나누기 위해 용기를 내어 새로운 연재를 시작합니다.
"그래서 지금 기분이 어때요?"
집단상담이 진행되는 동안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을 하나 꼽으라면 나는 저 말을 첫 번째로 꼽고 싶다. 안녕하세요. 오늘 날씨 좋죠? 정말 오랜만이다, 어떻게 지냈어? 와 같은 일상의 인사를 건네듯, 집단상담이 진행되는 15주 동안 교수님께서 집단원들에게 끊임없이 물으셨던 질문이다. "그래서 지금 기분이 어때요?" 나의 집단상담 경험을 기록한 일기는 이 질문으로부터 시작했다.
-집단상담 실습? 그게 뭐야?
"그 수업 진짜 꿀이래."
"실습이면 나가서 뭐 해야 되는 거 아니야?"
"아니야. 수업 대신 직접 심리 상담 받는 거라던데. 시험도 없고. 레포트 제출로 끝이래."
5학년 1학기였다. 마지막 학기를 등록하기까지, 학교를 7년 다녔다. 초등학교 이후로 6년 이상 학교를 다닐 일이 내 인생에 또 있을 줄은 몰랐지만 휴학과 복학을 반복하다 보니 6년쯤은 가뿐히 넘겨버렸다. 그 동안 새 학기를 맞으며 부지런히 배웠던 건 전공 지식이 아니라 무슨 수업이 꿀이라더라 하는 지식. 남은 휴학을 모두 쓰고 돌아온 학교에서 그렇게 우연한 계기로 '집단상담 실습' 수업을 듣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그때의 우연한 결정은, 이후의 삶을 완전히 바꾸어놓았다.
"...제 기분은요." 강의실 문을 넘어와 나를 개방했던 순간, 집단원들과 접촉하고 감정을 교류했던 순간, 그리고 그 교류를 거울삼아 나를 들여다봤던 순간은 한 순간을 넘어 과거와 미래, 나의 현재까지 이어주는 연결된 시간으로 다가왔다. 나의 입을 통해 나온 말을 나의 귀로 다시 들을 때, 머릿속으로만 생각던 감정이 나의 마음을 두드릴 때. 변화는 그 지점에서부터 시작했다. 집단상담이 진행되는 15주, 나는 ‘지금, 여기’에 나를 비출 때마다 의식과 무의식을 잇는 '나'를 만났다. 그때의 기억을 기록하고자 그리고 보다 많은 분들과 상담의 경험을 나누고자 여덟 번에 나누어 나의 집단상담 일기를 쓰려 한다.
*심리학과 전공 수업 중의 '집단상담 실습'을 수강한 기록인 <나의 집단상담 일기>는 다음의 목차에 따라 매주 화요일, 목요일에 연재할 예정입니다.*
<목차>
01. 집단상담 실습? 그게 뭐야? (9/13 발행)
02. 지금, 기분이 어때요? (9/18 예정)
03. '알아차림'을 알아차리다 (9/20 예정)
04. 설명하지 말고 표현하세요 (9/25 예정)
05. 모든 마음에는 이름이 있다 (9/27 예정)
06. 미해결 과제와 트라우마 (10/4 예정)
07. 눈물은 아프지 않다 (10/9 예정)
08. 지금-여기에 나를 비추다 (10/11 종료)
(번외) 나의 집단상담 실습 기말 레포트 (예정)
*집단상담의 기록이지만 소중한 집단원들과의 비밀 보장 원칙을 위해 저의 이야기만 기록합니다.
*이미지 출처: 핀터레스트 ⓒcarriefi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