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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ng Sukwoo Jul 05. 2015

비 내리는 일요일 새벽

2015년 6월 14일

비가 세차게 내리는 소리에 깼다. 정확히는 천둥소리이려나. 가뭄이 서울에 사는 내가 봐도 너무 심각한 지경이어서 비 내리는 걸 좋아하는 편도, 싫어하는 편도 아니지만 그래도 이렇게 오랜만에 오래 내리는 비가 반갑다.

<허핑턴포스트 코리아 Huffington Post Korea>에 다니는 현지가 알려준 <안자이 미즈마루: 마음을 다해 대충 그린 그림>을 금요일 늦은 오후, 강남 교보문고에서 샀다. 마침 새로 <뽀빠이 POPEYE> 7월호도 나와 있었다. 안자이 미즈마루는 아는 사람들은 아는 삽화가이고 작년 돌연히 뇌내출혈로 명을 달리했다. 나 또한 그를 아는 많은 사람처럼 무라카미 하루키의 수필로 처음 알게 되었으나 이내 그의 그림 자체에 빠지게 되었다.


금요일 저녁, 논현동의 한적한 어느 카페에서 '짧은 여행 short trip'을 다룬 <뽀빠이>를 천천히 음미하고서 이제 이 책을 똑같이 읽어야지, 그전에 일단 담배 한 개비, 하며 밖에 나와 있는데 내가 여기 있다는 얘길 들은 혜린이와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이스탄불 가는 길에 읽으라고 포장만 뜯은 채로 선물했다. 너도 그림 좋아하니까 이거 보면 그리고 싶을 걸, 별로 '읽기만' 하는 책도 아니고 말이야. 쉽지 않은 시간을 보내는데 이 책이라든지, 나눈 이야기들이 미력하게나마 도움이 된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아무튼, 빗소리에 일찍 깼고 오늘은 오전에 강남 스튜디오에서 미팅이 있다. 최대한 가볍게 짐을 챙기고, 비가 오니 떨어진 기온에 맞춰 부드러운 남색 스웨트셔츠에 괜찮을까 싶은 큰 치수 폴로 랄프 로렌 Polo Ralph Lauren 줄무늬 셔츠를 입고, 버려도 좋을 비닐우산과 젖어도 괜찮은 신발을 신고 최대한 일찍 나가보자. 어제저녁 먹은 중국집 음식은 역시 먹으면 아니 되었지만, 이런 산책을 상상하다 그대로 실행에 옮기는 것 또한 주말 새벽의 반가움이다.

Photograph by Hong Sukw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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