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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ng Sukwoo Jul 17. 2015

여름의 징조

2015년 7월 17일

그제인가, 여름 들어 처음 매미 소리를 들었다.

오후에 달리다가, 유유자적한 고추잠자리 떼도 보았다. 고추잠자리는 어린 시절부터 왠지 가을과 연결되어 있었지만, 사실 유난히 눈에 띄기 시작하는 계절은 단연코 여름이 절정에 다다르기 직전이다. 요즘처럼.

흐르는 땀, 더운 바람과 쨍쨍한 햇볕, 민소매 티셔츠와 짧은 치마들 외에도 주위에서 여름의 징조는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주말에 비가 내리고 후두두 떨어진 잎사귀들은 대체로 바스락거리는 갈색 낙엽이었다. 아직 선명한 녹색에 도달하지 않은 싱싱한 연둣빛은 나뭇가지 여기저기를 가득 메웠다.

동네는 서울에서 흔한 아파트 단지인데, 인공 조성한 볼썽사나운 연못에 누가 개구리를 풀어 넣은 걸까. 그래도 설마, 귀뚜라미 소리인가 했더니 아니었다. 저녁에 집에 오면 지치지도 않고 합창한다.

어제는 단정한 네모 주머니가 달린 흰 티셔츠를 한 장 샀다. 두툼한 캔버스 원단 가방에 이런저런 잡동사니를 넣고, 그 티셔츠를 입고, 적당히 헐렁한 면바지에 버켄스탁 샌들을 신고 아직 조용한 동네를 찾아 걷고 싶다. 젊은이들이 북적이지 않을 정도로 막 시작한 커피숍에 가서 잠시 앉아도 좋겠다.

'그렇게' 흘리는 땀은 기꺼이 여름을 감내할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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