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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ng Sukwoo May 10. 2016

일을 한다

2016년 5월 10일

일을 한다. 등골이 서늘해지는 진짜 일을 한다.

누군가의 위에 선다는 것은 사실 어딘가의 중간에 끼인 것과 다름없다.

저녁 여덟 시 경이 오면, 그렇게 쓴 유리잔에 담은 투명한 액체를 목구멍과 혓바닥 사이로 툭 털어 넣고 누군가에게 오늘, 나는 이러했노라고 공허하게 이야기하고 싶다.

차곡차곡 쌓인 것들한테서 나온 이미 훌륭한 이야기들을 보고, 혼자 부럽거나 감탄한다. 다시 차근차근 되뇌거나 조용히 생각하고는 한다.

저녁, 논현동보다 훨씬 젊음이 가득하였던 홍대 상수동 언저리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다시 그 조용한 동네 이제 차갑지도 않은 밤바람이 부는 날 어느 술이 고픈 사람들이 모인 포장마차에 들어서서 정작 가장 중요한 이야기는 쏙 빼놓은 채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알코올의 힘과 함께, 그래도 조금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회신들에 다시 회신하였다. 회사처럼 생각하는 나를 어른마냥 뚫어지게 상대의 눈을 보며 올곧게 믿도록 이야기하는 모습이 어쩐지 어린이 같기도 하였다.

2016년의 봄은 미꾸라지처럼 손가락 사이를 빠져나갔다. 자칫 잘못하였다가는 여름이 되기 전에 멍텅구리 같은 어른처럼 푸념하겠거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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