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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ng Sukwoo May 14. 2016

그저 개인으로서 좋아하는 것들

2016년 5월 12일

올해 열 권 나오는 <어반라이크 Urbänlike>가 벌써(!) 다섯 권째를 맞이한 지금, 잡지를 만드는 내가 아니라 그저 개인으로서 좋아하는 것들을 써내려 본다.

선댄스 Sundance 채널에서 가끔 하는 여러 종류의 다큐멘터리 영화. 목적 없이 카메라만 들고 오래도록 서울 곳곳을 걷기. 부스럭대는 소리와 공연을 보는 관객들의 목소리로 공간 감각을 상상하게 하는 1976년의 조앙 지우베르투 João Gilberto와 스탠 게츠 Stan Getz의 협연 라이브 음반. 준비 과정이야 아주 도전적이지만, 화보라든지 인터뷰라든지 무언가 만드는 과정 하나를 마친 저녁 혹은 밤. 일 년에 몇 번은 가는 압구정역 근처 포장마차. 꼭 사서 보는 신간 잡지를 넘기다 감탄하는 순간. 잉크를 꽉 채워 담은 만년필로 생각 없이 공책에 그림 그리기. 아주 가끔, 대교를 걸어 한강을 가로지를 때. 여행을 가기로 하고 짐을 쌀 때와 출국장으로 향하는 들뜬 기분도 드물지만 좋다. 그리고 소중한 사람과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나누는 고즈넉한 시간.

아이돌 그룹 스타일리스트를 맡아 개인 생활이 전혀 없는 친구에게 지난주 메시지를 보냈다. 술이 고픈 밤이었다. 일주일 만에 6kg이 빠졌다는 말에 놀라다가, 이대로 나이만 먹어가는 것 같다는 말에 그러지 말자고 했다. 진짜. 그러지 말자.

어떤 것들은 아주 좋아하지만, 적어보니 '마지막으로 언제 했지.' 싶은 것도 많다. 달리기도 거의 못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 안 사람들은 여전히 지치지도 않고 자신들의 '성취'와 '드립'을 올리고 실제 인간관계보다 훨씬 더 많은 이의 관심을 원하는 만큼 뿌린다. 뭐 나쁘지 않겠지. 삶을 일에 투영하는 게 지금 해야 할 일이라고 혼자 다독였는데, 그만큼 자연인으로서 내가 더 필요한 시점이라고 확실히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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