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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ng Sukwoo Aug 29. 2016

가벼운 삶

2016년 8월 22일

서울의 으리으리한 호텔에 비하면 여수의 호텔은 단출하다. 원고를 하나 보내고, 담배를 태우러 정문 옆 흡연 구역 그늘진 곳에 섰다. 습도가 '전혀' 없어서, 햇볕이 있는 곳은 그저 뜨겁기만 하고 불쾌하지 않으며 그늘은 선선한 바람도 든다. 밀린 마감에 마음은 급한데 바로 앞바다는 평화라는 단어를 이미지로 표현하면 이런 느낌일까 싶을 정도로 조용하다. 투숙객은 주로 가족 단위로, 대도시와 달리 중국 관광객들이 보이지 않는다.

'가벼운 삶'에 관한 글을 하나 준비하면서 바다를 좀 더 가까이 보려고 스테인리스 재질 펜스 앞에 다가서는데, 아래층 조리장 옆문에 나와 통화 중인 아주머니 직원 한 분의 목소리가 들려, 담배를 쥔 손 그대로 다시 멀찌감치 그늘 가에 섰다. 대화를 듣지 않았으나 보통 우리네 이야기일 것이다. 근황, 요즘, 누구와 누구의 이야기 같은 것들.

한편 스마트폰으로는 <월간 리더스 경제신문>에 기고한 누군가의 수필 하나를 보고 있었다. 마음에 드는 문장을 하나 붙인다.

'글쎄 나는 인생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하지만 지난 수십 년을 열심히 살아온 결과, 확실히 하나는 알게 되었다. 순간순간 가볍게 살지 않으면, 삶은 결국 무거워지고 만다는 단순한 진리를 터득했다. 어느 날 문득 인생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무게로 다가올 때가 있다. 그리고 그 무게의 8할은 불행에서 멀어지고자 하는 몸부림 때문에 생겨난 것들이다. _ 박선미, 메디팜 민제약구 대표약사'

다시 방으로 돌아가 촉박한 서울을 위한 글을 쓰겠지만, 자료를 찾다가 본 위의 수필과 조용을 넘어 고요하기까지 한, 만일 이곳에서 나고 자랐다면 이런 삶도 괜찮겠거니 싶을 시간을 기록하여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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