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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ng Sukwoo Jan 31. 2020

운동화

2020년 1월 31일

오늘은  일이  다양할 듯하여 시차 적응도 아직 온전하지 못한 김에 일찍 나섰다. 새벽 다섯 시를  넘은 시각, 경비 아저씨는 쓰레기장 주변을 청소하고 계신다. 인사를 드리고 가려던 찰나에 잠깐 부르셔서 안부를 여쭈었다.


얼마  할인 기간에 부모님 신발을 사면서 경비 아저씨 운동화도  켤레 주문하여 엄마를 통해 드렸다.  맞는다고, 고개를 숙이며 인사해주시는데 괜히 뭉클하였다. 얼마나 고생하시는지  알고 있으니까.


작년 여름에 새로  아파트 관리소장의 ‘횡포 무더운  경비실 냉장고를 갑자기 치운 일이 있었다. 주민들이 불편해한다는 이유였다. 아니, 경비실 옆에 사람도 다니지 않는 곳에 작게 설치한 냉장고를 어떤 미친 인간들이 불편하게 생각하나. 택배 보관소  휴식 용도로 쓰던 경비실  가건물도 해체한 마당에 이건 아니었다. 전화하여 조목조목 항의하고, 해결되지 않으면 대자보와  차원의 민원을 넣겠다고 하였다. 냉장고는 그대로 유지되었다.  이후로도 가끔 경비 아저씨들 드시라고 콜라 같은 탄산음료를 드리고는 한다.


나는 그렇게 좋은 사람이 아니지만 그래도 주변부터 살피어 나가는 정도의 사람은 되고 싶다. 고마울  고맙다고 말할  있고 어느 정도 성실하게 표현할  아는 사람이고 싶다. 삶에 엄청난 욕심은 없다. 그저 살기로 결정하였다면  이어가고 싶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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