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4월 1일
4월이다. 만우절이다.
취재 준비, 취재, 사진 선정, 조사와 정리, 제안과 회의. 그리고 서울패션라디오 Seoul Fashion Radio 유튜브 녹화. 남은 몇 가지 새 스튜디오 공사. 간간이 타는 로잉머신. 원고 초안 작성. 여전히 꼬리를 무는 여러 딴생각. 일주일이 보통은 이런 흐름으로 간다.
어제 새 스튜디오 출입문을 바라보는 CCTV를 설치하였다. 그 와중에 의자라든지 조명을 보다가, 베를린에 기반을 둔 사진가 데이비드 피셔 David Fischer의 인터뷰를 찾아 읽었다. 처음에는 예순 장이 넘는 사진을 보다가, 그 사진가의 작업 뒤에 숨어 있는 이야기를 읽었다. 몇몇 다른 직업을 지닌 이들과 나눈 대화로 이어졌다. 제대로 되었으나 모바일의 편의 또한 고려한 기사 읽는 것을 나는 좋아한다. 그것이 더 개인의 이야기이며 어떠한 깨달음과 성공의 영역에 반드시 들어가지 않았다면 사실은 더 취향에 맞다.
오랜만에 걸려온 준우 형의 통화에서, 우리는 평소처럼 웃으며 말했지만 지금의 ‘현상’을 없던 일로 떼어내지는 못하였다. 코로나19 COVID-19의 세상은 어떤 식으로든 버티는 나날인지도 모른다. 마치 세계적인 대 테러 사건처럼 우리는 코로나 이전과 이후로 나뉜 세계에 살 수밖에 없다. 봄이 되었다고 벚꽃이 그저 피어나는 것처럼 이제는 어느 정도 몸과 경험으로 체득한 상황을 보통의 상태로 두게 되었다. 대신 그사이 할 수 있는 일을, 마음만 먹었다가 어느새 사라지고 말았던 두루뭉술한 몽상에 살을 붙이는 작업을 해나갈 수 있다.
실천의 목록을 만들어본다.
열 가지 허황하고 현실적인 꿈을 적고 한두 가지에서 서너 가지로 ‘한 일들’이 늘어가는 상상을 한다. 수많은 국가적 차원의 문제가 있다고 하여도, 모두 엇비슷하게 느릿느릿 움직이는 날이 생긴 것은 처음이니까. 마음을 동전처럼 뒤집어서 들여다보면, 지금은 무언가 만들고 창작하고 기록하기 가장 좋은 나날이다. 남들이 아닌 나에 관하여 정리하기도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