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4월 16일
늦은 새벽이지만 스튜디오에 간다. 정리할 일이 조금 남았다. 제21대 국회의원 선거는 민주당 계열의 압승으로 마칠 듯하다. 출구 조사만 보고 조금 불안한 마음으로 잠이 들었다가, 지금은 조금 안심이 된다.
어제 선거 결과가 온갖 언론과 여론과 소셜 미디어를 뒤덮겠지만, 오늘은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6주기가 되는 날이라는 걸 기억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단어를 입에 올릴 때, 글로 적을 때, 무엇보다 생각할 때마다 그때 무기력하고 마음이 저리고 분노하였고 또 슬펐던 기억이 난다.
시간이 흐르고 몇 번이고 새해를 맞이하였다. 그 비극을 생각조차 하지 않고 보낸 시간이 이제는 훨씬 더 많다. 그러나 앞서 벌어진 수많은 사회적 비극과 마찬가지로 잊으면 안 되는 것들이 있다. 이날이 되면, 대체로 스스로 하는 다짐 같은 느낌으로 그래서 글로 남기게 된다.
이러한 생각과는 관계없이 오늘, 내일, 모레 모두 한두 가지씩 중요한 일정이 이어진다. 사람들을 만나서 회의를 하고, 기획을 논하고, 콘텐츠를 준비하거나 정리해나갈 것이다. 구매한 몇 가지 가구도 도착한다. 그러나 오늘은 한 번쯤, 저녁이 오기 전에 하늘을 보려고 한다. 비통하게 간 사람들을 생각하면서 남아 있는 사람들이 할 수 있는 무언가를 생각해볼 것이다. 어제의 결과가 아직도 요원한 진실을 밝히는 길이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서 혼자 잠시 묵념의 시간을 보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