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The Essays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ong Sukwoo Jun 30. 2023

눈앞의 삶

2023년 6월 3일

자연스러운 일이긴 하나, ‘잊고, 잊힌다’라는 것은 살면서 겪는 가장 공기 같은 일이 아닌가 싶다. 연인과의 결별처럼 어느 정도 필연으로 통용되는 만남이나 반복이 아니라도 말이다.​


어떤 계기로 과거 메시지들을 두루 훑어보았다. 이제 스쳐서 지나가 버린 사람들이 무수하였다. 전화번호, 한 서른 개만 남아도 되지 않을까. 아니, 한 열 개.​


얼마 전 어딘가에서 오래전 나를 따르던 동생을 우연히 보고 반가웠다. 내심 조금 당황한 까닭은 마치 기억하지 못하는 뒤틀린 사건이 있던 것처럼 그 짧은 마주침에 벽 같은 것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도쿄에서, 재밌었는데.

일주일은 여느 때처럼 참 빠르게 흐른다. 그사이 새로운 (보통은 일과 단단히 엮인) 만남이 있다. 누군가에게 나는 과거의 사람이 되었고 또 누군가는 내게 그러하다. 하지만 사실 그 누군가는 나에게만 과거의 사람이 되었을 뿐 그 나름대로 자신의 인생을 사는 것이고, 반대로 나 역시 누군가에게 과거로 남아 있을 뿐 눈앞의 삶을 어떻게든 이어가고 있다.​


‘이제라도 주변에 잘하자’라는 식의 결론은 아니다. 단지 남아서 종종 보게 된 인연과 연락처를 지워도 무방해진 무수한 사람 사이에 과연 어떠한 차이가 있었나 생각한다. 눈은 감기는데 잠과는 싸우는, 주말을 앞둔 새벽이니까.

매거진의 이전글 아마도 10년 안에 꽤 많은 것이 변할 것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