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6월 3일
자연스러운 일이긴 하나, ‘잊고, 잊힌다’라는 것은 살면서 겪는 가장 공기 같은 일이 아닌가 싶다. 연인과의 결별처럼 어느 정도 필연으로 통용되는 만남이나 반복이 아니라도 말이다.
어떤 계기로 과거 메시지들을 두루 훑어보았다. 이제 스쳐서 지나가 버린 사람들이 무수하였다. 전화번호, 한 서른 개만 남아도 되지 않을까. 아니, 한 열 개.
얼마 전 어딘가에서 오래전 나를 따르던 동생을 우연히 보고 반가웠다. 내심 조금 당황한 까닭은 마치 기억하지 못하는 뒤틀린 사건이 있던 것처럼 그 짧은 마주침에 벽 같은 것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도쿄에서, 재밌었는데.
일주일은 여느 때처럼 참 빠르게 흐른다. 그사이 새로운 (보통은 일과 단단히 엮인) 만남이 있다. 누군가에게 나는 과거의 사람이 되었고 또 누군가는 내게 그러하다. 하지만 사실 그 누군가는 나에게만 과거의 사람이 되었을 뿐 그 나름대로 자신의 인생을 사는 것이고, 반대로 나 역시 누군가에게 과거로 남아 있을 뿐 눈앞의 삶을 어떻게든 이어가고 있다.
‘이제라도 주변에 잘하자’라는 식의 결론은 아니다. 단지 남아서 종종 보게 된 인연과 연락처를 지워도 무방해진 무수한 사람 사이에 과연 어떠한 차이가 있었나 생각한다. 눈은 감기는데 잠과는 싸우는, 주말을 앞둔 새벽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