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8/25 15:02
매미 소리와 함께 여름이 시작됐고 귀뚜라미 소리와 함께 가을이 다가온다. 지금은 매미도 울고, 귀뚜라미도 울지. 처서는 끝났지만 비는 장마처럼 내리고, 갠 하늘과 선선한 바람 사이엔 진득하게 더운 수분이 아직 남았다. 생각은 거듭하고, 사람들은 여전히 무언가를 만든다. 무언가를 기록한다. 지난 시간을 쓸어담을 수 없을 만큼 실수하고, 무언가를, 허비한다. 몇 가지는 끝났다. 후회도 한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 따위는 없다. 돌이킬 수, 돌아갈 수 없는 것들만 있다.
비가 와서 날은 좋다. 아직 가을처럼 셔츠와 티셔츠와 재킷과 타이를 해도 좋을 날씨가 아니란 건 어제 잘 알았다. 소화가 잘 안 된다. 순댓국집에서 사 온 김치를 먹었다. <1Q84> 1권을 읽기 시작했다. 허탕 치는 경우가 더 많긴 해도, 동묘 벼룩시장 같은 곳에서 패션 브랜드는 아니나 기능적으로 잘 만든 옷을 고르는 재미를 붙였다. 연락이 끊기고 소홀해지고 다신 보지 않을 인연이 생겼지만 그 반대 경우도 조금씩 늘어난다. 그러니까 부질없는 게 아니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만화영화를 보고 싶다. 좋은 사진을, 좋은 책을 보고 싶다. 소유했다는 것에 뿌듯한 감정을 느낄, 잘 만든 옷을 갖고 싶다. 무작정 짐을 싸고 싶다.
글은 내게 칼로 깎아 만드는 나무 인형과 같다. 퉁퉁하고 볼품없는 몸뚱이를 미세하게 다듬어 투박하지만 매끈하게 만든다. 투박하지만 매끈하게, 라는 말의 모순이 내 글과 삶의 현재 아닐까. 김대중 전 대통령의 말을 좋아했다. '인생은 아름답고 역사는 발전한다.' 어제 그 시간 그 자리에서 하고 싶었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