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우연

2010/11/22 02:30

by Hong Sukwoo


한 번 정한 것을 잘 바꾸진 않는다.

무인양품 無印良品 볼펜을 사기 위해 예정에 없던 명동 영플라자에 들러선 몇 개나 사곤 했다. 그럴 땐 보통 볼펜 들고 나오길 깜빡한 날이었다. 오늘은 그럴 수 없었다. 일정은 아침 일곱 시 반부터 시작되었다. 홍대 놀이터 옆, 슈퍼마켓처럼 생겨선 편의점 가격 꼬박 받는 가게에 들어가 불량품인 걸 한 번 교환하고서야 산, 육백 원짜리 삼색 볼펜이었다. 젤 타입 잉크가 아닌 볼펜을 즐겨 쓰진 않지만, 이 볼펜은 가격에 비해 필기감이 좋았다. 천오백 원짜리가 육백 원짜리 보다 항상 훌륭하지도 않고, 이백만 원짜리가 십만 원짜리에 비해 이십 배의 기쁨을 주지 않는다는 것은 알고 있다.

가끔 이렇게 우연이 삶에 끼어든다. 무명씨에 가까운 볼펜을 다시 살 일은 아마도 없겠지만, 어떤 우연은 나중에 보았을 때 우연이 아니었다고 느낀다. 그런 우연 중 몇 가지는, 삶에 있어 꽤 중요한 선택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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