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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ng Sukwoo Mar 03. 2016

이런 새벽

2016년 3월 3일

널브러진 퍼즐 조각을 조립하는 것과 잡지를 한 권 만드는 것은 비슷하다. 어떻게든지 그 과정에 있을 생각을 고민하고, 조율하며, 어쩐지 아무리 해도 되지 않을 법한 이야기들을 자연스럽도록 꾸겨 넣어둔다. 사실 잡지뿐만 아니라 어떠한 종류의 일을 하든지 비슷할 수 있다. 다만 예전보다 그 안에 속한 사람들과의 고민이라든지 개인적인 감상, 혹은 사회와 일이라는 경계 안에 들어와서는 이제 조금 더 어른이 되었다고 느낀 이후 혼자 푹 곤 발효식품마냥 논하지 않고 - 혼자 아는 침묵을 어른이 되었다고  하며 - 만날 만나는 친구들과 소소한 자리에서만 풀어내는 푸념일 수 있다.

어릴 때 어른들의 어떠한 모습을 보며 아, 나는 이러한 저러한 어른이 되지 말아야지, 생각했는데, 우리가 어른이 되고서 '그러한' 어른이 되나 갸우뚱하게 되었다면, 사실은 여러모로 별로인 것들만 섞인 사회 안에 고고한 반골인 줄 알았으나 실은 고개 끄덕이며 타협한 건 아닐까. 이런 밤이고 이런 새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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