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모던 클래식 카페 모노클(Monocle)
최애: 최고로 애정 하다 (=Best)
최애는 쉽게 형성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쉽게 바뀌지도 않는다.
왜? '최고'라는 최상급 때문이다.
그런 나의 최애 중 하나가 최근 제주 출장을 통해 바뀌게 되었다.
그 주인공은 바로 서귀포시 남원읍 위미리에 위치한 카페 모노클(Monocle)이다.
이름에서 느껴지는 지적인 분위기가 카페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나의 상상은 현실이 됨'을 경험할 수 있었고, 그 순간 이후 나의 최애 카페는 '모노클'이 되어버렸다.
약 1시간가량 머물렀기에 그리 오랜 시간은 아니었지만, 오히려 그 짧은 시간 동안 나의 마음을 빼앗아간 모노클에서의 나의 경험을 기록해본다. 이 글의 대부분은 모노클에 앉아 있는 동안 들었던 생각과 느낌, 감정을 즉석에서 노트에 펜으로 기록한 것이다.
모노클의 공간 분위기
문을 열고 들어가면 입구 맞은편에 홀로 자리한 노란색 이케아 스트란드몬 윙체어가 제일 먼저 시선을 이끌고, 좌측 모서리에는 빈티지 그랜드 피아노가 품격을 뽐내며 자리하고 있다. 피아노 뒤로는 흑백 무성영화 분위기의 재즈 연주 영상이 소리 없이 플레이되고 있다. 이 모든 것이 오래되었지만 세련된 모던 클래식 풍의 분위기 연출로 조화를 이룬다.
이어서 카운터로 눈을 돌리면 다림질이 잘된 화이트 셔츠와 검은 슬랙스를 입고 깔끔한 포마드 헤어를 한 바리스타가 친절한 목소리로 주문을 받는다. 온몸으로 매장 분위기의 콘셉트를 표현하고 있는 것만 같다.
실내 인테리어로 시작한 모노클의 클래식한 모던함은 바리스타의 스타일에서 화룡점정을 맞이한다. 아울러 차가운 회색의 벽면 옆에 가지런히 난 네모의 창으로 들어오는 눈부신 햇살이 공간에 따스함을 채우고, 자연스러움을 더해 따뜻한 분위기를 선사한다.
또, 하나 인상적이었던 것은 음악이다. 내가 있었던 순간으로 모노클의 음악을 온전히 평가할 수는 없겠지만 내가 경험한 1시간 남짓을 바탕으로 기록해본다.
매장을 채우는 음악은 나름 유명한 팝송들이었다. 그러나 원곡이 아닌 누군가의 리메이크 버전인 것 같았다. 원곡보다 리메이크 버전이 더 인상적이었던 이유는, 서로 다른 분위기를 가진 여러 노래를 리메이크 버전에서는 잔잔한 재즈 풍의 분위기로 표현하고 있었다. 그 음악들은 모노클의 분위기와 너무나 잘 어울렸으며, 원곡이 가지고 있는 경쾌함과 트렌디함을 벗고 다소 무겁지만 모던한 분위기로 모노클스러운 느낌으로 재해석하여 새로운 오리지널을 만들어내는 기분이 들었다.
모노클의 커피
더운 날이었지만, 모노클의 커피맛을 제대로 경험하기 위해, 그리고 나의 최애가 된 카페에 대한 예우와 격식을 맞추기 위해 나의 평소 최애 메뉴인 카푸치노를 주문했다. 물론 HOT이다. 나의 모노클 첫 메뉴인 카푸치노는 모노클의 상징인 노란색 머그컵에 포근하게 담겨 나왔다.
마침 내가 자리한 테이블 바로 옆의 창을 통해 한줄기 볕이 머그컵의 검은색 로고를 눈부시게 비춘다. 이렇게 눈부신 Black은 처음인 것 같다. 노란색 머그컵으로 인해 모노클의 커피는 맛보기 전에 먼저 눈으로 음미하게 된다. 아쉽게도 머그컵은 판매하지 않는다는 비보를 접했다.
모노클의 디저트, 레드벨벳 그녀
나의 카푸치노와 함께 딸기가 토핑 된 컵케익을 하나 주문했다. 그 컵케익은 평평하고 아주 단단해 보이는 돌판으로 추정되는 넓은 플레이트에 무심하지만 꽤나 고고한 자태로 내 앞에 모습을 나타내었다. 그런데, 단연 돋보여야 할 메인 컵케익보다 먼저 내 눈을 사로잡은 두 가지가 있었는데,
첫 번째는 검은 플레이트 위에 하얀 분필로 써진 컵케익의 이름이었다. 그녀(왠지 그녀라고 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의 이름은 'Red Velvet Cupcake'이었다.
하얀 이름표를 달고 나온 그녀는,
"머지않아 너의 입 속으로 사라질 걸 알지만 날 기억해줘. 난 '레드벨벳'이야. 날 먹을 너는 누구니?"
라고 물어보는 것만 같았다. 메뉴판이 아닌 서브되어 나온 음식에서 마주한 메뉴의 이름은 나에게 일반명사가 아닌 고유명사로 다가왔다.
오늘 내가 만난 그녀는 수많은 컵케익 중 하나가 아니라 '제주 모노클의 레드벨벳'이었다. 나에겐 오래 기억될 유일한 컵케익이 되었다.
그리고, 두 번째는 옅은 동색의 포크와 나이프였다. (하.. 컵케익에 나이프라니..)
"고급 스테이크를 대하는 마음으로 한 손에는 포크를, 다른 한 손에는 나이프를 들고 조심스럽게 다뤄줘"
라고 다시 한번 내게 말을 걸어오는 듯했다.
그녀의 무언의 메시지를 느낀 나는 그녀의 마지막 모습을 충분히 카메라에 담고 나이프와 포크의 끝부분을 이용하여 섬세하게 베이킹 컵을 벗겨 냈다. 그녀는 뜨거운 열정과 사랑을 가득 품고 화려하게 피어난 붉은 장미와도 같았다.
나이프로 상처 나지 않게 한입 사이즈로 자르길 몇 차례...
이제 더 이상 그녀는 눈 앞에 없지만 그녀와 함께 한 얼마간의 시간은,
나이프로 전해지는 손의 촉감과 달콤한 혀의 미각, 그리고 첫 만남의 황홀했던 시각으로 꽤 오랫동안 기억될 것만 같다.
나의 레드벨벳이여..
안녕..
2020년 5월 20일 수요일.
이렇게 나의 최애 카페는 제주 모노클로 바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