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25 - 10. 01] 개봉작 3편
아워 바디 Our Body
2018 | 한가람 | 드라마 | 95분
내가 생각한 것과 같은 영화는 아니었다. 사실상 그 누구도 이 영화의 포스터와 로그라인과 홍보 내용을 보고 이런 내용을 기대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서 좋지 않았느냐 하면 그건 아닌데, 영화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그 의도가 분명하면서도 잘 전달되지는 않는 것 같다. 아직 영화 언어로 번역이 덜 되었다(혹은 서툴게 되었다)는 느낌이다.
인생을 달리기에 빗대는 것은 오랜 은유다. 행정고시 8년차인 자영의 인생은 마치 러닝 머신 위의 달리기 같다. 자신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도, 어디까지 달려 왔는지도, 끝이 어디인가도 알 수가 없다. 땅에 발을 딛고 하는 ‘진짜’ 달리기는 그것과 다르다. 발바닥으로부터 매 순간 거센 감각이 치고 올라와 내 몸의 위치를 일깨운다. 화면을 가득 채운 자영의 몸은 현주의 몸과 공명한다. 자영은 앞서 멈춘 현주를 이어 달린다. 영화를 보는 관객의 몸도 이들과 공명한다. 전혀 운동을 권장하는 내용이 아닌데 러닝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드는 건 그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자영의 몸이 아니라, 아워 바디스도 아니라, ‘아워 바디’다.
+ ‘유령 이야기’라는 듀나의 트윗을 보니 이 영화를 <퍼스널 쇼퍼>와 묶을 수 있겠단 생각이 든다.
레플리카 Replicas
2018 | 제프리 나크마노프 | 범죄, 미스터리, SF, 스릴러 | 107분
왓챠에 기재된 장르가 4개나 되는데 그 어디에도 들어맞질 않는다. 키아누 리브스를 데리고 왔으니 <콘스탄틴>도 찍고 싶고, <존 윅>도 찍고 싶고, <매트릭스>도 찍고 싶었던 걸까? 윌 포스터 역을 맡은 키아누가 정체 모를 용어를 남발하며 기술력을 자랑하는 초반 몇 분이 이 영화의 미래를 말해 준다. 영화 속의 세계가 우리 현실과는 다른 (기술이 있는) 곳임을 말하기 위해 애쓰느라 그런 배경 설정으로 하고 싶은 말이 뭔지 전달을 못 한다. 윌과 가족들이 열심히 달려 대지만 나는 어떤 감흥도 느끼질 못한다. SF를 그저 설정 놀음이라고 생각하는 작품은 이렇게 된다. ‘이렇게’란? 망하는 것이다.
키아누는 눈물 흘리는 법을 책으로 배운 걸까? 문자 그대로 ‘흑흑’ 우는 사람은 난생 처음 본다.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Once Upon a Time... in Hollywood
2019 | 쿠엔틴 타란티노 | 드라마, 코미디 | 161분
다들 감동적인 결말이라지만 그보다는 씁쓸하다. 마고 로비의 연기가 너무나 사랑스럽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영화는 내가 샤론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드는데, 이 ‘꿈’ 바깥의 샤론에게 일어난 일을 나는 이미 알고 있으니까 영화의 의도와는 관계없이 보기 힘들다. 그럭저럭 재미있게 봤지만 다시 볼 일은 없을 것이다. 샤론의 연기와 그를 향한 애정을 볼 수 있었던 극장 씬과 줄리아 버터스가 등장하는 모든 장면은 올해 본 그 무엇보다 좋았다.
한편으로 의구심이 남는다. 샤론 테이트가 “참혹한 가십의 세계에 박제됐던 한 인물”은 맞지만, “영화에 대한 꿈과 사랑이 넘쳤던 한 영화인의 자리”로 옮겨 놓아야 할 만큼의 어떤 가치가 있는 인물인지. (이동진 코멘트 인용) 더 정확히 말하자면 이렇게 그를 다시 소환해 내는 것 또한 형태만 다른 박제가 아닌지.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과연 아름다운 복수인지, 아니면 그저 핑계 좋은 폭력성 분출일 뿐인지.
나는 언제나 ‘쿠엔틴 타란티노의 영화를 좋아하지만 타란티노의 팬은 아님’을 주장해 왔다. 이 영화가 좋았던 건 아니지만 문득 내가 디나이얼 타란티노 팬인 걸까 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