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를 지나다 보면 쓰러진 가게 홍보 배너들이 종종 눈에 띈다. 쓰러진 이유는 제각각이겠지만 쓰러진 배너들은 사람들의 통행에 불편함은 안겨준다. 아주 어릴 때의 일이다.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7,8살 쯔음이었던 것 같다. 좁은 길가에 가게 배너가 쓰러져 있었다. 사람들은 쓰러진 배너 위를 밟고 길을 지났고 결국 배너는 완전히 쓰러져 너덜너덜해지고 있었다. 왜 그 배너에 눈길이 갔는지는 모르겠다. 그저 멍하니 상황을 바라보고 있는 그때였다. 노쇠한 할아버지 한 분이 다가와 쓰러져 있는 배너를 일으켜 세우곤 말없이 그 거리를 지나갔다. 할아버지 덕분에 세워진 배너는 더 이상 통행에 어려움을 주지 않았고, 사람들은 전보다 훨씬 편하게 그 길을 지나갈 수 있었다. 약간의 혼란스러움과 알 수 없는 감정을 느낄 수 있을 때 엄마가 한마디 건넸다.
“부끄럽지 않니?”
그 순간 나는 내가 느꼈던 감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부끄러움’이었다.
할아버지는 누구도 하지 않는 사소한 행동을 기꺼이 함으로써 사람들의 통행에 도움을 주었다. 어린날의 나는 대가 없이 선의로만 배너를 일으키는 할아버지의 모습에 따듯함과 그저 바라만 보았던 나에게 약간의 부끄러움을 느꼈던 것 같다. 이후 길가에 쓰러져있는 배너를 보면 자동적으로 일으켜 세우는 습관이 생겼다. 또 다른 누군가가 나의 행동을 보며 어릴 적 내가 느꼈던 감정을 느낄 수 있을 것이란 약간의 기대감을 가지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