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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솔 Jan 18. 2022

이기고 지는 것은 중요하지 않아!

오늘의 성찰 

왁자지껄 신나는 게임이 끝나고 기대에 찬 아이들의 눈빛이 나를 향한다. 

게임의 마지막 관문에서 승자와 패자를 나누자 아쉽게도 진 팀에 속한 아이들의 얼굴빛이 어두워진다. 

"이기고 지는 것은 중요하지 않아, 게임에 성실하게 참여하고 즐거움을 느끼면 그것으로 된 거야."

열심히 설명을 해도 아이들의 표정은 쉽게 밝아지지 않는다. 

심지어 닭똥 같은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있는 아이도 눈에 보인다.

  

승패는 중요하지 않다고 말할 때 고민하곤 한다. 진실로 이기고 지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경쟁적이고 강한 자가 살아남으며 남을 잘 도와주는 사람은 호구 취급을 받기 쉬운 사회인데, 

그저 속상해하는 아이들을 위로해주기 위한 한 순간의 말뿐이지 않을까..? 

생각을 미처 다 끝나기도 전에 여기저기서 ‘선생님’하는 아이들의 외침이 들린다. 그래 일단 일이나 하자.

     

바쁜 오전 일과 후 찾아온 낮잠시간, 아이들이 낮잠에 들 수 있도록 토닥여주던 나의 레이더망에 장난을 치고 있는 한 아이가 눈에 들어왔다. 다가가 ”지금은 낮잠시간이야. 낮잠시간에 장난을 치면 쉬고 있는 다른 친구들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어. “라고 이야기 하나 아이는 보란 듯이 더 장난을 치기 시작한다. 

처음에 친절했던 나의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눈빛 역시 매서워진다. 결국에는 ‘잠을 자지 않을 거면 낮잠시간에 형님반에 가있어.’라는 말까지 해버린다. 

오후를 위해 편히 쉬게 할 초반의 목적은 잃어버리고, 교사의 나의 요구에 대응하지 않는 아이를 굴복시키고자 하는 마음만이 커진다.

       

그렇게 10분간을 아웅다웅하며 말씨름을 하던 때 머릿속에 한 문장이 떠올랐다. 

‘이기고 지는 것은 중요하지 않아.’

말을 듣지 않는 5살 아이를 이기기 위해 애를 쓰는 나 자신을 깨닫고, 말을 멈추고 생각에 잠긴 지 몇 분이나 지났을까? 한결 차분해진 목소리로 아이에게 말하기 시작한다.

 

“ 잠을 자고 안 자고는 너의 선택이야. 다만 지금 편히 쉬고 있는 다른 친구들을 위해서 시끄러운 소리를 내거나 너무 크게 움직이지는 말아줘.” 

달라진 분위기에 아이는 물끄러미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이고  언제 장난을 쳤냐는 듯이 조용히 눈을 감고 휴식을 취한다. 

‘그래 너도 선생님을 이기기 위해 애를 썼구나.’ 


성장한 아이들이 마주할 사회는 승패가 중요함을 부정할 수 없고 고작 유아교사 한 개인으로서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영향력은 없다. 

다만 적어도 나의 교실에서 아이들을 교육함에 있어 더 강조해야 할 것은 승패보다는 서로를 향한 배려와 존중이지 않을까? 그러기 위해서 교사의 권위를 앞세워 아이들을 이기려 하는 알량한 자존심을 먼저 내려놓아야 하지 않을까? 


작은 깨달음을 얻고 난 후에야 아이를 보며 말할 수 있었다.     


“선생님의 부탁을 들어주어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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