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에 똑바로 앉기

오늘의 약속

by 진솔

유아반 교사의 하루는 항상 정신이 없다.

아이들 수도 많은데 해야 할 과제들도 많기 때문이다.

오전간식부터 먹기 시작해서 대집단 수업하고,

미술활동하고, 점심 먹고, 활동지하고 하다 보면

어느 순간 하원할 시간이 다가오곤 한다.


유아반 교사일 때 하루 종일 아이들의 쫑알쫑알

말소리를 들었고 때로는(사실 많이) 아이들의

수많은 질문들을 못 들은 척하며 영혼 없는 미소만

짓기도 했다.


그런 불성실했던 교사도 절대 그냥 넘어가지 않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안전’과 관련한 부분이었다.


저~~~~ 멀리서도 위험한 행동하는 모습은 다 보였다.

앞을 보지 않고 뛰어다니는 친구

높은 곳(의자, 책상)에서 점프하는 친구

계단으로 돌진하는 친구 등등


다치기 전에 옆으로 다가가 속삭인다.

“그만..”


생각보다 의자에서 다치는 친구들이

얼마나 많은지 아는가?

의자에 앉아 몸을 힘껏 뒤로 젖히다가 넘어지는 친구

앞뒤로 흔들다 머리와 같은 신체부위를 부딪히는 친구

의자 위에 발을 올리고 있다가 다리를 골절하는 친구

벌써부터 예의 없게 다리를 꼬고 앉는 친구(??) 등등


그렇기에 하루에도 여러 번

“의자에 똑바로 앉아라”

라고 말했다.


여기서 ‘똑바로’라 함은 ‘두 발을 바닥에 두고

어깨나 등을 굽히지 않은 상태에서 등을 바르게

피고 안전하게 앉아라’의 의미이다.


그날도 해야 하는 잔소리들을 하고 난 뒤

아이들이 모두 하원한 교실에 앉아 평화롭게

서류 작업을 하고 있었다.


조용한 교실에서

조명을 살짝 어둡게 한 뒤

편안한 재즈 음악을 틀어두고

서류하는 시간...

일과 중에서 가장 애정하는 시간이었다.


퇴근 시간을 앞두고 있었던 일들을 회상하던

나는 문득 거울 속 비친 내 모습을 마주하게 되었다. 한 손에 커피를 들고 다리를 꼰 상태에서 발을

까딱까딱하며 앉아있는 한 성인 여성의 모습이었다.


그 후 아이들에게 고해성사 비슷한 걸 했는데

다음과 같은 내용이었다.


"얘들아 의자에 똑바로 앉는 건 참 어려운 거더라구

선생님도 맨날 다리 꼬고 앉아있어

어릴 때부터 다리를 꼬고 앉았더니

고치기가 어렵더라구..

그럼에도 꾸준히 노력하는 것에 의미가 있는 거야

같이 노력해 보자"


살짝 부끄러운 감정과 함께 마주한 아이들은

인정과 격려의 미소를 보내고 있었다.

그리고 그날 이후 아주 잠시 우리 반에는 의자에

바르게 앉으려고 노력하는 친구들이 늘어났었다.


생각보다 많은 상황에서 우리들은 아이들에게

우리 자신도 하기 어려운 것들을 마땅히 해내야

하는 것처럼 요구하곤 한다.


얘들아 잘 지내니?
선생님은 아직도 다리를 꼬고 앉곤 해..
너희들은 꼭 바른 자세로 앉는 어른이 되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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