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교사 이기 이전에 평범하고 예민한 29살 여자
그렇게 나는 2년간의 방황을 마치고 다시 교사로 돌아왔다.
이번에는 유치원이 아닌 어린이집으로
어린이집 중에서도 직장 내 어린이집을 나는 새 출발의 장소로 선택했다.
2년 차 때는 유아가 아닌 만 2세 영아교사로서 지냈는데, 내가 새로 간 어린이집을 간단하게 소개하자면 좋은 시설과 맛있는 밥 그리고 각 교실을 청소해주시는 분이 계신 곳으로 이 업계에서는 나름 좋은 곳이었다. 하지만 좋은 면이 있다면 대비되는 면이 반드시 있는 법.. 업무량으로 최고인 곳이었다.
사실 첫 직장 같은 경우에는 그 직장 자체가 문제였다기 보다는 나의 특수한 상황에서 시작된 어려움이었다면
2번째 직장은 그냥 일이 너무 많았다... 심지어 내가 있던 해에는 어린이집 평가인증과 다양한 원 행사들이 생기면서 더욱 야근을 많이 하는 해였다. 그곳에서 나는 거의 매일 아침 8시에 출근했다가 저녁 8~9시에 퇴근을 했으며 주말에도 남을 일처리를 하느라고 3~4시간을 일한 적이 많았다.
교사 교육도 굉장히 많았는데 유아교육의 연구원님이 오셔서 교사 각 개인의 교사 저널을 읽어보시고 그와 관련된 질문을 하기도 하셨고 또 교사들이 함께 모여 교육의 방향을 논의하기도 하였다. 한 마디로 교사 스스로 교육의 방향을 고민하고 생각해볼 수 있도록 많은 기회들을 주셨다. 업무의 양이 너무 많아서 숨 막힐 것 같은... 한해였지만 나는 그곳에서 일하면서 참 많은 것을 얻었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그곳에서 힘든 업무 강도와는 대비되게 오히려 유아교사라는 직업에는 더욱 애정을 갖게 되었다.
이유는 바로 그곳에서 내 직업의 가치를 깨달았기 때문이다. 유아교육학과를 전공한 나도 이전까지는 유아 교사의 가치를 잘 못 느끼고 있었다. 교수님들이 ‘유아교육은 전인 발달을 도모하며, 유아기는 한 사람의 일생을 좌우한다. 그러니 유아기를 책임지는 유아교사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그렇게 귀에 못이 박히도록 이야기를 하셨지만 사실.. 이 세상에 중요하지 않은 직업이 어디 있는가..? 하면서 흘려보냈던 것 같다.
하지만 2년 차 교사인 나는 그때와는 조금 달라졌다. 그리고 아직은 많이 부족하지만 나만의 교육철학도 생겼다. 교사들이 가장 먼저 갖춰 할 것은 바로 ‘아이를 바라보는 시선’이다. 우리는 아이를 하나의 인격체로서 존중해주어야 하며 그러한 시선을 바탕으로 교육해나가야 한다. 이 시선의 차이는 별거 아닌 것 같아 보여도 굉장히 중요하다. 아이들은 사실 어른이 자신을 얼마나 존중해주고 이해해주는가에 따라서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나는 어떤 시선을 가진 유아교사가 되어야 할까?
비록 과도한 업무량으로 인해 1년밖에 근무하지 못했지만 근무 기간 동안 나는 유아교사로서의 자질, 나의 교육적인 철학 등 앞으로의 교사생활에 있어서 내가 지니고 있어야 할 실질적인 기반을 마련할 수 있었다. 나를 성장시켜주어서 고마워 나의 2번째 직장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