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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국 May 24. 2023

5.24. 오늘자 칼럼

밑줄긋는시간

1. G7 끝나고 미중 분쟁 어디로 

옐런과 설리반은 이른바 디커플링 논의에 선을 그었다. 미국이 원하는 것은 중국과의 경제적 단절이 아니라 미국과 동맹국의 첨단기술이 중국으로 넘어가 거꾸로 미국을 위협하는 것을 막고(de-risking), 중국이 배터리 공급망을 완전히 장악하지 않도록 다변화(diversifying)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수출 통제든 기술 차단이든 그 범위는 군사적 위협을 초래할 수 있는 분야로 한정될 것이라고도 했다. 모호했던 황색 점멸등을 녹색과 적색이 분명한 신호등으로 바꿔준 셈이니 당장 미국 기업들부터 다시 중국 시장을 두드릴 것이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09/0005134338?sid=110


미국은 세계에서 제일 힘쎈 깡패인데, 원래 빌빌거리던 중국이 방심한 틈에 힘을 마구마구 키워서 두번째로 쎈 깡패가 되었다. 미국은 그런 중국깡패의 세력을 짓누르기 위해 갖은 공격을 시작했지만, 중국이 워낙 여러 곳에 세력을 뻗쳐놓아서 쉽지가 않았고, 심지어 중국이 망하면 미국에게도 위협이 될 정도로 깊숙이 치고 들어와 있었다. 미국은 단순히 누르는 것보단 좀더 지능적으로 중국을 견제해야 함을 깨닫고 다양한 수단을 강구한다. 중국으로 흘러들어가는 (중국에 이익을 주는) 중요한 제품과 기술들을 막아버린다던지, 하는 노력을 통해 중국 깡패의 미래 경쟁력을 눌러보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중국은 만만치 않다. 


당장 이번주에 쓰기 시작한 만원짜리 중국산 이어폰에서 나는 중국의 강함을 느낀다. 나는 귓구멍이 엄청 쪼끄매서 지금까지 어떤 이어폰을 써도 귀가 편하지 않았고, 특히 에어팟처럼 귀에 끼우는 형태의 이어폰은 쉽게 빠져버리기 일쑤였다. 오래 써도 편한 이어폰을 찾아달라는 부탁에 남편은 검색끝에 귀에 거는 형태의 중국산 이어폰을 주문해줬는데, 이게 물건이다. 전혀 귀도 안아프고 두통도 없을정도로 가볍다. 중국의 창의력, 중국의 기술력은 '남에 것을 베끼는' 수준 따위가 아니고 진작에 그 수준을 뛰어넘었다. 이제 '대륙의 실수'라는 제품은 셀 수 없이 많음을, 중국 제품에 감탄하는 세계인이 늘어나고 있음을. 사실 미국은 두려워 하고 있는 것이다. 국가가 그 물꼬를 막아버린다고 해서 흐름을 바꿀 수 있을까? 겉으로는 상당히 그렇게 보일 수도 있지만, 이런 감탄할만한 중국산 제품들은 이미 기저에서 세계를 움켜쥐고 있다. 


중국에서 짐싸는 한국기업이 많아지는 근본적 원인이 중국 제조업의 급속한 성장과, 중국산 제품의 품질 상승에 있다는 이런 기사가 의미있게 다가오는 이유다. 사람들은 싸고 좋은 것을 쓴다. 그게 우리나라 것이든 외국 것이든. 단지 중국인의 '궈차오' 열풍만으로 치부하기에는, 몇년 새 확! 좋아진 중국 제품이 너무 많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28/0002641042?sid=104




2. 반도체 전쟁과 한국의 생존 전략 

한국이 반도체 전쟁에서 살아남으려면 끊임없는 기술혁신으로 초격차를 뛰어넘는 대체 불가 기술을 확보하는 수밖에 없다. ASML처럼 독보적인 기술을 가져 누구도 함부로 하지 못하는 '슈퍼 을(乙)'이 되야 한다. 정부는 그런 슈퍼 을들이 태동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미국, 중국, 일본, 대만, 네덜란드 등에서 보듯이 반도체 산업은 국가 주도 전쟁터다.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고 원천기술을 개발하고 투자를 유치하는 일에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 기초과학 투자를 강화하고 반도체 인력과 전문가를 더 많이 양성해야 한다. 기술과 인재가 유치되지 않도록 모니터링을 해야 하고, 국익을 지키기 위한 외교력을 발휘해야 한다. 반도체는 한국의 생존 수단이자 미래 전략이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05/0001610822?sid=110

... 사실 나는 이런 글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흐름도, 내용도, 내 경험에 비추어 보아도 공염불을 외는 것 같은 글이다. <반도체는 중요하다. 왜 중요한가? 한국의 생존이 달려있기 때문이다. 기업은 초격차기술을 확보해야 한다. 그러려면 정부가 반도체를 잘 지원해야 한다. > 이 논리가 전부인데, 맞는 말이지만 철저히 정부 입장에서 씌여진 글이다. 실제 기업에서 반도체가 중요한 이유는 돈이 되기 때문이고, 기업의 생존이 달려있기 때문이다. 정부에서 기술개발을 잘하라고 지원을 하는 것이 방해가 되진 않겠지만 초격차기술이 나오는 원동력이 되는 건 아니다. 기업에서 사람들을 갈구고 쥐어짜내고 돈이든 압박이든 글로벌 기업과의 경쟁을 부추기는 방식이든 창의력을 쥐어짜내는 방식이든... 세상에 없던 것을 만들어내라고 개인과 집단을 괴롭히는 결과로서 기술이 개발되고, 양산이 이뤄진다. 그 과정에 정부는 사실상 도움이 되지 않는다. (회사의 윗분들 선에서는 좀더 동기부여가 될 수도 있겠다) 그렇게 어렵게 힘들게 개발된 기술로 월등한 제품이 만들어지고 또 마케팅과 영업을 갈아넣어서 매출을 올리고 하는 지난한 과정을 거쳐 기업의 실적과 이익이 생기고, 그것들을 바탕으로 수출지표와 경제실적들이 만들어진다. 물론 그렇게 만들어진 지표들이 경기에 영향을 미쳐 다시 기업의 원가와 생산에 영향을 주고받으며 분위기가 순환되긴 할 것이다. 다만 내가 기업에 근무할 때는 결코.. '수출을 늘리자', '우리 경제에 기여하자'는 생각으로 제품을 만들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돈이 되는 것을 해라, 그게 진짜이고 전부였다. 그 맹목적인 목표설정과 달성이 곧 국가의 성장과 치환될 수 있는 것임을 지나고보니 알 것 같다. 이렇게 '근본적으로' 아나키스트적인 생각 때문에 내가 현재 공기업에 근무하는게 힘든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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