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줄긋는시간
1. "대중 교역, 이제 남은건 반도체뿐?" - 중앙일보, 한우덕 차이나랩 선임기자
무역수지가 15개월 내리 적자다. 중국 요인이 크다. 우리 수출의 약 30%를 소화하던 대중 수출이 지난 12개월 연속 쪼그라들었다. 여기저기서 중국발 경보가 울린다.
돌이켜보면, 달콤했다. 지난 30여년 중국 성장은 우리 경제에 축복이었다. '중간재(부품, 반제품) 교역' 덕택이다. 한국에서 부품을 만들어 중국에 수출하면, 중국 공장은 그걸 조립해 완제품을 만들었다. 완제품은 'Made in China'마크가 찍혀 싼 값에 미국으로 팔려 나갔다. 한국도, 중국도, 미국도 윈윈이다.
대중 중간재 교역에는 두 가지 전제가 깔렸다. 첫째 GVC(글로벌 밸류체인)다. 1980년대 말 소련의 붕괴로 세계는 미국 중심의 글로벌리즘(세계화)이 확산됐다. 기업은 최적의 환경을 찾아 생산-유통 네트워크를 깔았고, 촘촘한 GVC가 구축된다. 중국은 그 흐름에 동참했고, 2001년 WTO(세계무역기구)에 가입했다. '세계공장' 중국의 탄생이다. 한국은 그 공장에 중간재를 공급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둘째는 기술 우위다. 중간재는 완제품보다 기술 수준이 높다. 중국은 이웃에서 고기술 부품을 가져올 수 있었으니 역시 행운이었다. 한국 기업은 중국에서 번 돈을 다시 기술에 투자했고, 산업은 고도화됐다.
그러나 달콤했던 시기는 지나가고 있다. 두 전제가 깨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GVC는 왜곡되거나 와해하는 중이다. 중국은 모든 생산 과정을 국내에서 완결하는 '홍색 공급망' 구축에 열심이다. 한국 중간재가 파고들 틈은 점점 좁아진다.
기술 우위도 흔들린다. 현대자동차 베이징 공장은 한때 전체 부품의 약 80%를 한국에서 가져갔다. 이젠 모든 부품을 중국에서 조달한다. 거꾸로 우리가 중국 부품을 수입해야 할 판이다. 업계에서는 "이제 반도체밖에 남지 않았다"라는 말이 나온다.
타개책 역시 GVC와 기술에서 찾아야 한다. 미국과 중국을 넘나드는 GVC 확보에 경제외교의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경제없는 안보가 어찌 가능하겠는가. 안으로는 우리 중간재 기술이 다시 중국에 먹힐 수 있도록 기술 산업 정책을 짜야 한다. 중국의 공세에도 굳건하게 버틸 수 있는 '반도체 철옹성'을 몇 개 더 쌓아야 한다.
다음 달이라도 무역 적자는 흑자로 반전될 수 있다. 그렇다고 일희일비할 일이 아니다. '중간재 교역'의 메커니즘 변화는 우리에게 10년, 20년을 내다본 근본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 잘쓴 글이라서 전부 필사(타이핑) 해봤다. 지금까지 잘되왔던 전제와 그 전제가 깨지고 있음을 바로 보여주는. 명쾌하고 이해가 쉽다. 중국교역의 방향성에 대한 접근도 좋다.
2. 한국판 보스턴 클러스터 - 한국일보, 임소형 논설위원
국내엔 이미 바이오·메디컬 클러스터가 여럿 있다. 올 초 보건산업진흥원이 꼽은 주요 클러스터만 해도 대구경북첨단의료복합단지, 대전바이오단지, 서울바이오허브, 원주의료기기테크노밸리, 송도바이오단지, 오송첨단복합의료산업단지의 6곳이다. 대학과 연구소, 병원, 기업이 한데 모여 시너지를 내고 정부나 지자체가 밀착 지원한다는 틀도 대동소이하다. 다 합치면 20곳 가까이 되는데 차별화한 성과가 없어 클러스터 무용론마저 나온 지 꽤 됐다. 이 많은 클러스터는 어쩌고 또 만든다는 거냐, 통폐합하는 거냐는 수군거림이 벌써부터 들린다.
- "한국판 000" 이런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벤치마킹해서 더 나은 것을 만들어내려는 접근은 좋은데, "한국판"이라는 말을 붙이는 순간 모방에 그치고 말거란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그리고 1970년대말에 만들어져 벌써 50년 넘어가는 보스턴 클러스터와 달리 역사가 짧은 국내 바이오 단지들과 비교하는 건 무리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저 20곳중 50년 후 보스턴 클러스터를 능가하는 국내 클러스터가 나올 수도 있다. 어쩌면 한국(한국인)의 장점이자 단점인데, 세계에서 최고로 인정받는 뭔가와 경쟁해서 제치겠다는 의지를 표방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렇게 해서 실제 능가하는 경우도 있고, 모방과 실패에 그치는 경우도 있다. 그 과정에서 빠르고 격렬하게 치고박고 비판하고 비난하고 실현되지 않은 미래와 비교하며 자책한다.
3. 구자열 무역협회장 인터뷰 - 한국경제
구 회장은 “한국 수출의 구조적인 문제들을 제로베이스에서 다시 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중 수출 감소는 중국 경제가 내수 자급형으로 전환하고 기술력이 높아지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중국과의 무역관계를 재정비하고, 국내 산업 기반도 전기자동차 등 미래 성장동력 산업 위주로 재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장기 수출동력을 확보하는 게 우선입니다. 한국 무역수지 흑자 구조 유지에 상당한 기여를 한 중국의 경제 구조가 변하고 있습니다. 중국이 내수 자급형 구조로 바뀌면서 그동안 중간재를 수출하던 한국 기업들의 수출길이 막힌 것입니다. 대표적 중간재인 기계업종의 중국 수출자립도(1=완전자립)는 2018년 0.67에서 지난해 0.8까지 높아졌습니다. 이런 이유로 올해 들어 4월까지 대중 수출은 1년 전보다 30% 급감했습니다.”
“중국과의 분업 관계를 수직적인 관계에서 수평적 윈윈 관계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양국의 산업 내 무역지수가 4년간 0.347에서 0.416으로 오히려 높아진 것을 보면 한·중 간 무역은 지금도 활발합니다. 그동안 중간재를 팔고 소비재를 수입하는 등 수직적 관계였는데, 이를 수평적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컨대 시스템 반도체, 배터리 소재, 고급 소비재 등의 중국 내 수요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이 부분에 집중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미래 전략산업에 대한 국내 규제를 풀고, 연구개발(R&D)을 지원하고,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등 정부와 산업계가 힘을 모아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15/0004852347?sid=101
- 수직적 관계에서 수평적 윈윈관계로 전환한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명확히 모르겠어서 스크랩해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