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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망생 Jan 29. 2021

파도를 기다리는 서퍼의 마음

편지2

 2년 전, 한 교수님께서 수업의 마지막 날 학생들에게 해 주었던 이야기가 기억나는 요즘이야.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대해 의문을 가질 때가 많을 거예요. 뭔가를 하면 할수록 꿈에서 멀어지는 것 같고, 친구들은 벌써 사회에 진출해서 나보다 앞서 가고 있고. 열등감에 휩싸여 좌절하고, 꿈을 포기하고 싶어 질 때도 있을 거예요.


 세상에는 나와 비슷한 꿈을 꾸는 사람들이 정말 많아요. 그 사람들 중에는 나보다 훨씬 잘난 사람도 많고, 못난 사람도 많죠. 성공하는 사람은 아주 소수예요, 그럴 수밖에 없죠. 모두가 다 성공하는 게 더 말이 안 되잖아요.


 그러니까 잘난 사람들만 성공할 것 같죠? 못난 사람들의 자리는 없을 것 같죠? 근데 살아보니까, 의외로 누가 잘났는지, 못났는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더라고요. 가장 중요한 건 기다리는 거예요. 기다릴 줄 아는 사람이 성공을 하더라고요.


 서핑을 너무 하고 싶어서, 해변가에 집을 지었다고 생각해보세요. 그런 다음 멋진 수트를 입고, 서핑보드를 가지고 '드디어 바다를 향해 나아가겠구나!'라고 생각하면서 심장이 벌렁벌렁한 상태로 해변으로 나가요. 그렇게 기대를 하고 나섰는데, 파도가 안 오는 거야. 집도 짓고, 수트랑 보드도 사고, 서핑하는 법도 다 배웠는데, 하루 종일 기다려도 파도가 안 와. 꿈에서만 보던 모든 풍경들이 내 눈 앞에 있는데, 파도가 안 와서 서핑을 못하다니! 뭐, 그래도 하루 정도는 그럴 수도 있다고 넘겨요. 그냥 운이 나빠서 그랬던 걸 수도 있잖아요.


 다음 날, 다시 희망에 차서 바다로 나가요. '오늘은 꼭 파도를 만날 수 있을 거야.' 생각하면서요. 또 멋진 수트를 입고, 서핑보드를 가지고 해변에 서요. 그런데 또, 하루 종일 바다가 잠잠해요. 그게 일주일, 한 달, 일 년이 반복된다고 생각해보세요. 어떨 것 같아요?


 매일 수트를 입고 서핑보드를 가지고 해변에 나갔는데, 파도가 오지 않아서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오는 날이 계속 반복된다고 생각해보세요. '내가 바란 건 이런 게 아니었는데. 지금까지 꿈을 위해 노력한 건 뭐가 되는 걸까, 시간만 버렸어, 난 망했어.' 이런 생각이 들겠죠. 이런 생각이 빨리 들수록 빨리 포기해요. '어차피 내일도 안 올 텐데, 가봤자 뭐해, 집에서 잠이나 잘 꺼야.' 더는 바다에 나가지 않아요. 또 파도가 오지 않을까 봐 두렵고, 좌절하고 실망할까 봐 불안하죠.


 서핑을 하려면 파도가 필요하죠. 기회가 와야 꿈을 이룰 수 있겠죠. 그런데 그게 내 바람처럼 쉽게 오지가 않아요. 아무리 노력해도 파도는 내 마음대로 할 수가 없잖아요.  기다려도 기회가 오지 않으면, 많이들 꿈을 포기해요. 지금까지의 노력이 헛수고 같아서 지치고, 기회를 주지 않는 세상에 화도 나죠. 그럼 정말 텅 비어 버려요. 꿈이 좌절되었다는 슬픔만 남고. 그게 응어리가 되어서 평생을 괴로워해요. 그 사람이 기억하는 바다는 '내게 파도를 주지 않은 절망적인 곳'이 되겠죠.


 그런데요, 바다에는 파도만 있는 게 아니잖아요? 바다가 얼마나 멋진 곳입니까, 반짝이는 모래와 청량한 물, 형형색색 조개껍데기와 붉은 태양. 생명이 넘치는 곳, 하루하루 새로워지는 곳이잖아요. 머릿속에 파도만 가득한 사람은 그걸 못 봐요. 매일 절망스러운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은 수평선 너머로 지는 노을의 광경을 못 봐요. 그 순간이 얼마나 가슴 벅찬지 모른다고요.


 그걸 아셨으면 좋겠어요. 오직 파도만을 바라며 기다리지 말고, 바다에서 즐거움을 찾는 사람이 되셨으면 좋겠어요. 모래, 물, 조개, 태양. 이런 것들은 파도를 기다리면서도 볼 수 있잖아요. 파도가 치지 않은 날에도, '서핑을 하지는 못했지만 오늘은 푸른색 조개를 봐서 기뻤어. 저무는 해는 언제 보아도 멋져.' 이런 기쁨을 발견할 수 있어야 해요. 그러다 보면, 내일도 바다로 나가고 싶어 져요. 파도가 오지 않을까 봐 불안해하지도 않죠. 오히려 파도를 기다리는 게 즐겁다고 느낄 수도 있을 거예요, 바다 그 자체를 좋아하게 될 테니까요.


 꿈은 기다리는 겁니다. 그 기다림의 시간을 그저 '기다리는 행위'로 허망하게 보내지 마세요. '왜 안 오지? 올 때쯤 됐는데, 아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해.' 이런 생각들로 머릿속을 채우지 마세요.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의심하지 마세요. 절망이 아닌 재미를 찾아야 해요. 그래야 포기하지 않을 수 있고, 꿈으로 나아갈 수 있어요.


 언젠가 파도는 칩니다. 기회는 찾아와요. 그때, 단 1초도 망설이지 말고 바다로 뛰어 드세요. 사랑하는 그 바다를 품에 안으세요. 멋지지 않더라고 상관없습니다. 한 번 꽉 안아 보았으니 적어도 후회는 하지 않겠지요."


 꿈은 기다리는 거야. 지금 네가 하고 있는 일이 가치 없다고 느껴져도, 분명 재미있는 구석이 한 군데는 있을 거야. 그걸 느끼면서 기다리다 보면 기회는 분명 와. 그때, 잘 해내시면 돼. 이제까지 준비했던 모든 걸 후회 없이 전부 보여주면 돼. 기다림을 즐기는 것, 그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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