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만난 유학실패 이야기
feat.골드라이언
첫번째로 놀랐던 것은, 모두가 학위 졸업을 목표로 하지 않는 사실이었다. 한국인에게서만 발견되는 상황이 아니었다. 다른 여러 나라에서 온 유학생들, 그리고 영국인들 모두에게 공통적으로 찾을 수 있었다. 무얼 해야하는지 잘 모르는데 일단 대학은 가야할 것 같아서 혹은 단순히 집에서 벗어나 독립생활을 해보고 싶어 대학을 이용하는 경우가 이들에게 해당한다. 그저 영국에 있고 싶어서 합법적으로 체류할 수 있는 비자가 필요해 유학을 선택한 이들도 많다.
그 다음에는, 시작할 때 목표한 학위 과정을 실패하는 경우의 수가 생각보다 많다는데 놀랐다. 학과가 맞지 않아서 전과하거나 편입하는 경우는 따로 분리하는게 맞을 수도 있겠다; 탈출에 성공했다 하면 적절한 말일까. 실패라고 다르게 지칭한 경우는 졸업 요건을 갖추지 못하고 목표한 것보다 낮은 단계로 마친 사람들이다. 극단적인 예를 들어 출석 점수가 기준에 미치지 않아 받은 경고를 해명하지 않은 채로 계속 누적시킨 경우, 학교가 관리 감독 의무에 따라 홈오피스에 보고하게 되면 해당 학생은 비자가 상실되어 더 이상 체류할 수 없다. 수업 성적 측면에서는 대체로 한번에 통과하지 못하더라도 재시험의 기회를 주는데 세 번 이상 다시 시험을 다시 봐야 하는 경우 수료를 하는 걸로 타협하고 마치는 경우가 있다.
친구의 친구 중 어느 영국인이 4년 동안이나 수업석사 과정을 다시 듣고 또 듣고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 한국인(또는 다른 외국인)으로도 그러한 상황이 아주 불가능하진 않은 것 같다. 학생 비자의 발급 요건은 주 15시간 이상 교육기관 소속 수강 신청이 증명되어야 하는데 4과목중 3과목을 fail하고 재수강한다면 비자신청 조건에 만족하기 때문이다. 상황에 맞기만하면 학생비자 연장은 사실 크게 어렵지 않아 보인다. 3년에 짜여진 박사 과정 중에서 마지막 학년 안에 졸업 논문이 완성되지 않는 등 여러 가지 이유로 1년을 더 추가해 다니는 사례는 아주 흔할 정도다. 비용과 시간 추가를 본인이 감당한다는 전제하에 행정 절차상으로 불가능하진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 이유다.
생각할 수 있는 학업 부진의 경우에는 단순히 영어를 못하거나 공부 능력이 떨어지는 것만 있지 않다. 대표적인 mental health issues 중에 향수병이 있을 수 있고, 물리적 신체적으로 공부에 집중할 수 없는 여러 가지 상황이 저마다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를 알면서도 실패라 지칭한 것은 학교 안에 각종 제도들이 있어 정말 어려운 상황을 증명할 수 있으면 나름대로 기회를 받을 수 있는 것들이 있는데 그 모든 걸 통과할 의지가 없었거나, 찾아볼 능력이 없었거나, 찾아봤고 해명을 하려 했지만 그게 잘 안된 결과일 것이기 때문이다.
2023년 10월, 석사 졸업한지 2년이 되며 한동안 학생을 만나거나 그들의 사정을 나눌 기회가 적었는데 오랜만에 사실은 유학와서 대학 졸업장을 못 받았다고 하는 친구를 만났다. 아, 그렇구나. 더 이상 이유를 묻지 않고 사실을 빠르게 지나갔다. 그 날 우리가 만난 자리가 그래서 졸업을 못했지만 무언가를 하려하는 걸 잘할 수 있을까 불안을 덜어내기 위한 자리여서 앞으로 도움이 될만한 정보들을 나눠주고 자리를 마쳤다.
작년에는 졸업생 브런치 북을 통해 석사 유학을 성공한 사람들을 이야기를 했고 올해는 스스로의 이런 저런 추억을 되살펴 글을 쓰고 있다. 내가 이러다 언젠가 유명해지면 졸업한 사례들을 모집하는게 아니라 실패한 경우들을 조사해서 브런치북으로 묶어 내고 싶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실패에 대해서 편하게 말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그걸로 인생이 망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그럴 수 있는 상황을 알게되면 지금처럼 유학원 홍보가 넘치는 상황에서 입학하는게 곧 졸업이 아니라는 경고를 말하고 싶다. 이번에 골드라이언님을 만나면서 강한 자극을 받았다. 언젠가는 하고 미뤄둔 걸 덕분에 조금만 앞당겨 실행해보자 싶다.
... To be continued.
글과 사진©유나